[프로야구] 팬들을 무시하는 추잡한 개인 타이틀 경쟁

중앙일보

입력

드디어 MVP와 신인상을 제외한 개인 타이틀 수상자가 모두 정해졌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부분에서 1위 후보에 올랐던 이승엽은 신설된 득점 부분에서만 정상에 오르는 부진(?)을 보여 주었고 반면에 시즌 초 후보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수상함으로 해서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 났다.

현대 유니콘스의 박종호가 타율 부분, 박경완이 홈런 부분, 두산 베어스의 장원진이 최다 안타 부분, 한화 이글스의 송지만이 장타율, 유니콘스의 임선동이 다승 부분과 탈삼진 부분에서 각 각 고지를 새롭게 점령하였다.

타이틀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정정당당한 선수들도 있었으나 몇 몇 선수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다승 부분.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3명이 그것도 한 팀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유니콘스의 김수경, 임선동, 정민태.

이들 3명이 다승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말 할 것 없이 김재박 감독의 덕택이다. 승리 투수 요건이 되지 않으면 점수를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강판시키지 않은 특혜를 주었다.

그 밖에도 원칙대로 하면 김수경이 3번 정도 나올 수 있는 로테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김재박 감독은 2번으로 줄여 단독 1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같은 팀 3명이 다승왕이라는 공동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한 배려 차원이지만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글스의 구대성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 헤더 2차전에서 선발로 출장해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 규정 이닝인 133을 채움으로 해서 2.77 로 방어율 부분 1위를 확정 지었다.

보통 구원 전문 그것도 마무리 투수는 규정 이닝에 훨씬 미달함으로 해서 방어율 부분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통함을 유감 없이 보여 주었다.

같은 날 베어스는 LG 트윈스와의 더블 헤더 2차전에서 7대 4로 앞서고 있던 9회초 수비에서 3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점이 되어 9회 말 공격에서 김동주가 한 번 더 나와 안타를 치면 타격왕이 될 수 있다는 배경을 알면 누가 봐도 곱게 보이지 않는 내용이었다.

결국 김동주는 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9회 말에 공격에서 우익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 타격 2위에 그치고 말았다.

타격왕에 관한 욕심은 유니콘스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역시 12일 0.340 으로 1위를 달리고 있던 박종호는 타율을 까먹을까 싶어 아예 출장하지 않았고 박장희는 상대 팀의 강력한 도전자인 브리또의 무릎을 맞춰 다음 경기 출장을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팀의 관계자들은 전면 부인하지만 공을 던진 박장희나 작전지시를 했던 김재박감독 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한편 박장희는 6회 초 장용대의 타구에 얼굴이 정통으로 맞는 ‘벌’을 당했다.

추한 타이틀 경쟁은 한 두 해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나오는 단골 메뉴다. ‘비난은 한 순간이나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신봉하는 선수와 팀 관계자들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팬들과 언론에서는 잊지 않는다.

1984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김영덕 감독의 밀어주기로 홈런-타점-타격 3관왕을 차지했던 이만수는 결국 MVP 수상을 하지 못하고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에게 밀려 났으며 1992년 역시 김영덕 감독의 작품인 다승과 구원 부분 1위라는 쓴 웃음이 나온 기록을 세운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송진우도 자이언츠의 신인 투수 염종석에게 골든 글러브 투수부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또한 두고 두고 비겁자 혹은 밀어주기 타이틀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최근에 관중들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가 뭔지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이제 더 이상 팬들은 수준 높은 플레이와 정정당당한 승부가 실종된 요행이나 억지로 만든 기록을 보러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 오지 않는다.

구단이 관중을 끌어 들이는 마케팅 능력이 밑바닥 수준이라면 선수들이나 현장에서 뛰는 관계자들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깨끗한 야구를 펼쳐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팬들은 점점 떠나 결국 한국 프로야구는 분명 망하고 만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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