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모든 건 이제 정치인에게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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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로부터는 지금까지 후한 대접을 받았다. 두 매체의 주요 독자이자 광고주가 포럼의 주인공이어서 그런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올해 두 매체의 보도 태도는 상당히 냉랭했다.

 특히 WSJ의 머니&투자 섹션 에디터인 프란체스코 게레라(사진)는 “올해 다보스는 다보스 같지 않았다(This year, Davos was just not being Davos)”고 비판했다. 게레라는 지난해 4월 FT의 금융섹션 에디터에서 WSJ로 이적한 인물이다. 이런 그가 28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네 차례 연속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는데 올해는 유달리 무력감이 팽배했다”고 전했다.

 게레라는 “세계 비즈니스 리더가 장막 저편에서 과장 섞인 말과 몸짓으로 상대를 추어주면서 친교를 다지며 거래를 하다가 ‘간간이’ 토론하는 곳이 바로 다보스”라고 소개했다. “그 리더는 ‘글로벌 엘리트’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Not this time)”라고 게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게레라는 “세계 산업계의 거두, 금융계의 거물, 정상급 이코노미스트는 동굴처럼 생긴 기자회견장에 불려나가 의견을 발표해야 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포럼을 지배하고 있는 와중에 그들은 자신이 아주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했다”고 썼다. 이어 그는 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조 섞인 투로 한 발언을 소개했다. “이제 모든 것은 정치인에게 달렸다. 그들이 해결책을 내놓거나 아니거나 해야 한다.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할 수 있거나 말할 것은 없다.”

 그런 무기력 상태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결단은 금융 리더 사이에서 높이 평가됐다. 게레라는 “금융 리더는 ECB가 시중은행에 장기 저리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덕분에 신용경색이 많이 풀린 것으로 평가했다”며 “덕분에 이탈리아·스페인 등 위기 증상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가 한 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레라는 “ECB 대책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출 기간인 3년이 끝나면 유럽 시중은행들은 다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여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보면 올해 다보스에 모인 주요 인사는 가치 있는 조언을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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