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신년 회견 “사회 약자 참여하는 토론의 장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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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7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 조계종이 일반 대중에게 바짝 다가서기로 했다. 2010년 ‘소통과 참여’를 화두로 내세웠고, 지난해 “불교계 먼저 반성하자”며 ‘자성과 쇄신 결사’를 시작한 데 이어 새해 화두를 ‘친(親) 대중’으로 잡은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慈乘·58) 스님은 17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에 대한 평가와 반성, 합리적 개혁을 위한 쇄신을 추진하고 불교 중흥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성과 쇄신은 ‘대중공사’와 ‘천일기도’ ‘쇄신전략’을 중심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대중공사(大衆公事)는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여는 불교의 전통적인 의견 수렴 방식이다. 앞으로 수행과 교육, 전법(傳法)과 사회참여 등 불교계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 발언권 센 한두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가급적 대중공사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천일기도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승려와 일반 신자가 말 그대로 1000일간 기도를 이어가는 것이다.

또 ‘시민초청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어 사회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승려와 일반 대중이 차별 없이 참가한다는 무차대회의 취지에 걸맞게 노동자·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도 초청한다. 그들의 애환을 듣고 공양도 함께하며 위로한다는 계획이다.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300∼500명 정도가 참가하는 대회를 구상 중이다.

 쇄신전략으로는 외부 전문가가 참가하는 ‘불사(佛事)관리위원회’를 상반기에 신설해 사찰 건축 공사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자승 스님은 “무분별한 불사를 막고 친환경적인 불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사회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자승 스님은 “불교 유일의 공익법인인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저소득층·난치병 어린이·다문화 가정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이 참가해줄 것을 두어 차례 요청했다. 만약 내려오지 못한다면 내가 북한에 올라가겠다는 얘기까지 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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