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하청 업체 '전략적 동거'

중앙일보

입력

중전기 생산업체인 ㈜케이디파워의 경기도 김포공장엔 회사 이름이 어느곳에도 붙어 있지 않다.

간판 대신 공장 벽면에 '디지털테크노피아' 란 말이 큼찍하게 써 있을 따름이다.

또 케이디파워가 지난 5월 이 공장을 완공하면서 디지털 계측기기 업체인 동일기계 등 7개 중소협력업체를 동시에 입주시켰지만 협력업체의 간판도 걸려 있지 않다.

다만 공장입구에 놓인 큰 머릿돌에 얼핏 정치선전 문구 같은 '한사람이 가는 곳에 우리 모두가 간다' 란 글이 새겨져 있다.

회사 이름만 알고 공장을 찾다간 낭패보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 공장이 유사업종의 회사끼리 만든 협동화 사업장도 아니다.

케이디파워가 3천여평 규모의 김포 공장을 건설해 협력업체와의 '한가족 경영' 을 표방한 결과이다.

케이디파워는 협력업체의 독립적 경영을 보장하면서 제품개발과 연구를 위한 '전략적 동거' 를 선택했다.

협력업체는 보유기술과 생산 인력만 갖고 이 공장에 들어왔다. 케이디파워는 공작 기계등 기본 생산시설을 설치 해주고 임대료도 안 받는다.

납품 대금은 현금으로 주고 협력업체들이 함께 개발한 신제품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 케이디파워의 주식을 살수있는 스톡옵션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의 연구인력들이 이 회사 중앙연구소에 파견돼 함께 일하고 한달에 두 차례씩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도 한다.

때문에 제품연구와 생산분야의 일에선 협력업체.케이디파워 직원의 구분이 없다.

이런 협력의 결과로 케이디파워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장이나 빌딩 등의 전력를 제어하는 지능형 전력제어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국내외의 주문이 밀려 납기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 박기주 사장은 "제품 생산.기획 이외의 연구개발.생산은 협력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해 이 공장 안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며 "분업생산 체제를 갖춤으로써 제품 개발속도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협력업체인 새론소프트 권영복 사장은 "케이디파워는 생산과 개발 인력을 자신들의 인력처럼 활용할 수 있고 협력업체는 독자 영업망을 갖추지 않고서도 고정 매출을 올리게 됐다" 라고 설명했다.

케이디파워는 지능형 변전실 등 웹 기반의 전력제어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20세기 한국 1백대 기술' 업체로 꼽혔다.

이 회사의 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4백% 늘린 '지난해보다 4백% 늘어난 3백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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