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성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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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수는 왕궁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목수 요셉의 아들로 베들레헴의 마구간 말구유에서 태어났다. 하층민으로 태어났지만 상류층으로 편입된 것도 아니다. 평생 하층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권력자나 부자가 아니라 나병환자·정신병자·창녀·간음한 여자·사마리아 사람들처럼 남들이 꺼리거나 천대받던 자들과 함께했다. 어부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 중 신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유일한 지식인인 제자 마태는 적국(敵國) 로마를 위해 세금을 징수하는 세리(稅吏)였다. 사회의 하층민을 섬기는 것이 예수의 공생애(公生涯)였다.

 세례 요한은 “나는 그의 신발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마태복음』 3장 11절)”라고 높였으나 정작 예수는 남을 섬겼고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여(『요한복음』 13장 5절)”와 같이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 제자들에게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겨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장 14~15절)”라고 말했다. 또한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누가복음』 22장 27절)”라고도 말했다. 이렇게 섬김으로써 높아진 인물이 예수였다.

 예수는 평생 무소유였다.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태복음』 8장 20절)”고 말한 것처럼 평생 집 한 칸 없었다. 제자들에게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태복음』 10장 8절)”고 병 치유의 대가를 받지 말라고 가르쳤다. 심지어 제자들에게 전도 여행을 다닐 때도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마태복음』 10장 10절)”고 일렀다.

 한국 사회의 일부 종교인이 사회의 등불과 소금은커녕 사회의 우환(憂患)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 근본 까닭은 남에게 대접받으려는 마음과 재물을 소유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사욕(私慾)에 있다. 예수의 가르침이나 생애와는 정확히 반대편 끝 지점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