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한국여자 농구계 쓴소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대한체육회 박찬숙 부회장은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88년 서울 올림픽에도 출전,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우리은행 감독 공개모집 과정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감독 자리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박 부회장은 농구계를 완전히 떠났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농구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최근 폭행 파문으로 감독이 사퇴한 우리은행 사건에 관해서다. 박 부회장은 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한국 농구에 불행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대행을 맡은)조혜진도 당황스러울 것"이라면서 "우리은행이 그런 상황이면 정말 팀이 해체되겠다"고 걱정했다. 특히 그는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농구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여성지도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주.

-구단은 여자 지도자를 꺼리는 것 같다

"나는 현장에서 모든 걸 겪었다. 구단 관계자들 중에는 `문제가 생기면 술 한잔 먹으면 해결되는 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여자들은 그런 게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남자는 경기가 잘 안 풀려도 `다음 기회에 잘 하면 된다`하면서 여자는 한 번 실수하면 `여자니까 안 된다` 한다. 적어도 3년은 기회를 줘야 감독이 자기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다. 당시 구단에서 `여자니까 결정력이 없다` 는데, 왜 여자로 보나? 감독이지."

-김 전 감독과 구단은 살짝 손만 댔는데 피멍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피멍들 정돈데 어떻게 살짝 손만 댔나. 목조른 거다. 여러가지로 다 해명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해할 수 없다."

-여자 감독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는 여성 감독을 절반 이상 뽑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 여태까지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성들도 ‘아, 이게 내 자리 빼앗기는 거 아닌가` 눈치를 본다. 후배들이 안타깝다. 도와주지도 못하고."

-조 감독대행은 폭행 사건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다.

"불행한 거다. 나서면 왕따 되는 건 자동이다. 자기가 열심히 해도 남자들이 안 도와주고 협조를 안 해준다. 구단 직원도 다 남자 아닌가."

-요새 어떻게 지내나

“농구 관련 뉴스는 보지 않는다. 농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행복하다. 어제는 영화 찍느라 바쁜 딸을 격려하기 위해 속초에 다녀왔다. (※박 부회장의 딸인 서효명(25)씨는 영화배우로 활동 중이다.) 딸이 감독이나 스탭한테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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