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차, 한여름 에어컨 안 켜 찜통…가방엔 옷 얼룩 지우는 세제와 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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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농구게임을 즐기는 수행 비서 레지 러브. 러브는 오바마의 농구 연습경기 파트너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그는 한여름에도 승용차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내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더워서 미칠 지경이 되면 그제서야 에어켠을 켰다.”

 지난주까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의 수행비서(body man)로 일했던 레지 러브(Reggie Love·30)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2006년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부터 비서로 일해 온 러브는 펜실베이니아대 MBA(워튼 스쿨)에서 공부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ABC 등과 인터뷰했다.

 러브는 오바마의 그림자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8시간을 대통령의 옆에서 지내며 연설문 복사본, 껌·신문·아스피린 등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소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가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대통령 옷의 얼룩을 지우는 세제와 치실까지 있었다. 러브는 “바쁜 일정 때문에 여러번 백악관 내 작은 사무실의 소파에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러브는 듀크대 농구팀 주장 출신이다. ‘농구광’인 오바마는 수시로 러브에게 연습경기를 요청했고, 이 ‘라이벌전’은 최근까지 백악관에서 계속됐다. 2008년 오바마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근까지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한 거리는 88만780마일(약 140만㎞)에 이른다. 지구를 35바퀴 이상 돈 셈이다.

 지난해 러브는 오바마에게 최신 유행곡이 담긴 아이팟(iPod)을 생일선물로 줬다. 그러자 오바마는 러브를 가리켜 “책·신문·음악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며 ‘아이레지(iReggie)’라고 불렀다. 오바마는 러브를 ‘동생(little brother)’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러브는 “오바마 대통령은 큰 형과 같았고, 또 나의 스승이었다”며 “앞으로도 종종 연락하면서 가끔 백악관에 들러 함께 식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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