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遊客·游客·旅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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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백아(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유명한 악기 연주자였다. 어느 날 그가 포파(匏巴)라는 친구를 만나 비파 연주 시합을 했다. 포파가 먼저 연주를 끝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옆에서 풀을 뜯던 말이 돌아볼 정도였다. 이번에는 백아의 차례. 백아의 선율은 더 매혹적이었다. 옆 개울 물에서 헤엄치던 고기가 밖으로 뛰쳐나와 들을 정도였다. 순자(荀子)의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서 ‘고기가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와 들을 정도의 아름다운 선율’을 뜻하는 ‘유어출청(游魚出聽)’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 성어는 ‘遊(유)’자를 써 ‘遊魚出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游’가 맞을까, 아니면 ‘遊’가 맞을 까? 정답은 ‘游’다. ‘游’는 원래 ‘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다’라는 뜻이다. ‘헤엄치는 고기’를 지칭하는 것이니 당연히 ‘游魚’라고 써야 한다. ‘遊’는 중국 고문에서 ‘밖에 나가서 놀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논어(論語)의 ‘이인(里仁)’편에 이르기를 ‘부모가 살아계시면 멀리 나가지 말고, 혹 멀리 나가 머물면 반드시 어디에 있는지 알려야 한다(父母在,不遠遊, 遊必有方)’고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고문의 ‘遊’는 ‘밖에 나가 놀다’라는 뜻으로만 쓰였다. 그런데도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것도 ‘游’라고 표현한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游’요, 밖에 나가 머무는 것도 ‘游’라고 표현한다. ‘遊’라는 한자는 현대 중국어에서 아예 쓰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인 여행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식 한자로는 ‘遊客’이 맞다. 그러나 ‘요우커’라는 중국식 발음과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면 ‘游客’으로 써야 한다. 중국인이 현재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그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뤼커(旅客·여행객)’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초청한 ‘한·중 청년 우호사절단’이 전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한국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150여 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 사절단의 가장 정확한 표현 역시 ‘뤼커’다. 이제부터라도 중국 여행객을 가장 알맞은 이름으로 불러주자. ‘뤼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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