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뒤집어놓은 ‘팜므파탈’… 러시아 미녀 스파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국 하원의원과 동거하며 기밀자료를 빼내는 등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 여성 예카테리나 자툴리베테르. [런던 AP= 연합뉴스]

지난해 안나 채프먼이라는 러시아 스파이가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영국에서도 러시아 미녀 스파이가 관련된 대형 스캔들이 터져 정계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지난해 영국 의회에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예카테리나 자툴리베테르(26)라는 러시아 여성이 18일(현지시간) 런던 이민항소특별위원회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마이크 핸콕(65·사진) 영국 하원의원과 4년간 내연 관계였던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동거는 했지만 정보는 빼내지 않았다고 간첩 혐의는 부인했다. 자툴리베테르는 러시아 대외정보국(RIS)의 지시를 받고 핸콕 의원에게 접근, 국방 관련 문건 등 기밀자료를 빼돌리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MI5(영국 국내정보국)에 체포돼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항소한 상태다. 그는 200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핸콕 의원을 처음 만나 관계를 맺어오다 핸콕 의원이 국방특별위 소속이 됐을 무렵 그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2008년 정규직 연구원이 되면서 영국 의회 출입증을 받았고 핸콕 의원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하며 영국 보안당국의 의심을 사게 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자툴리베테르가 핸콕 의원 외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관리, 네덜란드 외교관, 유엔 고위 관리 등 권력층 남성들과 두루 관계를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 당국은 자툴리베테르가 2006년 당시 이미 RIS 요원으로 선발돼 ‘미인계’ 작전을 수행 중이었으며 2008년 말 영국 의회에서 다른 러시아 스파이와 접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또 “자툴리베테르는 뛰어난 미모와 매력으로 권력층 인사를 유혹하는 팜므파탈(femme fatale: 남성을 유혹해 고통이나 비극에 빠뜨리는 ‘숙명의 여인’을 가리키는 용어)”이며 “핸콕 의원은 악명 높은 여성 편력과 국방특별위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러시아 정보기관의 목표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