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은 앞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기업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현대는 주주와 경영인을 분리하는 선진국형 지배구조 체제로 변화하는 셈이다.

金본부장은 鄭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분을 가진 회사의 대주주로만 남으면서 대주주로서의 배당 등 권리와 책임만 갖고 집행이사 등 경영 일선에선 물러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후속작업은 각 회사의 사정에 맞게 이뤄진다고 현대측은 밝혔다. 金본부장은 이날부터 현대그룹이라는 명칭과 회장직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정몽구 회장은 6월 중 분리되는 자동차 전문 소그룹의 책임경영인으로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데 흔들림 없이 전념할 것" 이라고 밝혀 鄭명예회장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몽구 회장이 곧 분리될 자동차 회사의 경영을 계속 맡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앞으로 3부자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어쨌든 현대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한 것은 鄭명예회장의 결심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金본부장을 통해 "과거에는 그룹 체제가 각사간의 협조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이제 시대적 흐름과 여건이 각 기업들이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만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 이라고 밝혔다.

鄭명예회장은 특히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남겨놓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 대신에 국제적인 경영감각을 가진 전문경영인을 필요하면 외부로부터 영입,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사는 상호출자.지급보증 등으로 복잡하게 얽혔던 그룹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각사가 사장의 책임 아래 독립적인 체제로 운용된다. 金본부장은 과거에 같은 식구였기 때문에 필요한 부문에서 협조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별로 수익과 매출을 맞춰 나가는 체제가 된다는 얘기다.

현대는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현대건설.현대중공업.현대전자.현대상선 등 주력회사를 중심으로 외국 선진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간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적 제휴가 ▶유동성을 확보, 경영여건을 튼튼히 하고▶선진기술 및 관리기법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현대측은 보고 있다.

현대는 또 ▶현대종합상사 등 12개 계열사가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 선임하며▶전 계열사가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만들며▶인사소위원회도 전 계열사에 설치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또 현대는 현대엘리베이터 등 올해안으로 16개 회사를 정리해 계열사를 21개로 줄인다. 이중 자동차 부문 6개사, 인천제철 등 30개사, 현대강관.티존코리아.대한알루미늄.현대에너지.현대우주항공 등은 상반기 중에,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9월까지 계열분리 등을 통해 정리된다.

이와 관련 그룹의 구조조정본부는 계열분리와 지분정리 등 구조조정 업무만 끝내고 정부와 협의해 없앤다고 金위원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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