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돈을 보여줘!" - 쿠바 구딩 주니어

중앙일보

입력

"Show me the Money!!". 이 말은 요즘 인터넷 기업들이 투자가들로부터 듣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말이다(이제 수익은 곧 생존이다). 필자가 오늘 소개하려는 배우가 뭐 특별히 인터넷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은 아니고 "Show me the Money!!"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혹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바로 혜성처럼 등장한 흑인 배우 '쿠바 구딩 주니어'(Cuba Gooding Jr).

"내게 돈을 보여줘!"라는 말 한마디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사실 돈에 별로 신경 안쓴다. 어차피 그런 절규 따윈 필요 없을 정도로 올라섰으니까. "이제야 스튜디오는 나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4백만달러짜리 배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입에 실버 디스크를 넣고 있는' 배우로 통한다. 따발총을 몸에 지녔던 '에디 머피'처럼 말이다. 쉴 틈 없이 재잘거리며 몸을 흔들어대던 〈제리 맥과이어〉는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 〈제리 맥과이어〉에 등장하는 '로드 티드웰'은 겉으로 보기에는 건들거리고, 화려하고, 그저 웃기는 녀석이다.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대단히 감성적이고 연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족에게 느끼는 한없는 애정과 책임감은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쿠바 구딩 주니어'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화려한(?) 외모는 아버지 '쿠바 구딩 시니어'에게서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70 년대에 활약했던 소울 밴드의 일원이었다. 커다란 집에서 수시로 연예계 사람들을 만나던 풍요로운 생활. 마이클 잭슨 가족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한번은 '저메인 잭슨'이 와서 아버지에게 음반 프로듀서를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서 있을 거야'하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를 따라간 아홉 살의 '쿠바 구딩 주니어'는 잠잘 곳이 없어 차안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고난을 겪는다. "식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했다. 세차, 식당 종업원, 채소 가게 점원 등 모든 일을 했다." 이런 힘든 생활을 거치면서 쿠바는 매정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84년 LA올림픽 폐막식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춘 것으로 연예계 데뷔 신고식을 치르고는 드라마 〈힐 스트리트 블루스〉와 광고 등에서 작은 역을 맡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서 작은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존 싱글턴' 감독의 눈에 띄게 됐다. 이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렇게 '존 싱글턴'의 영화 〈보이즈 앤 후드〉로 좋은 출발을 시작했지만 이후의 작품들은 그저 그랬다.(〈글래디에이터〉, 〈킬러 나이트〉, 〈라이트닝 잭〉) 그리고 심기일전으로 도전했던 이후의 출연작들(〈어 퓨 굿맨 〉, 〈아웃브레이크〉,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은 괜찮았지만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먼' 등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제리 맥과이어〉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이미 〈어 퓨 굿맨〉을 통해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던 '톰 크루즈'와 공연한 '쿠바 구딩 주니어'는 이때부터 '톰 크루즈'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미션 임파서블〉의 시사회도 함께 참석할 만큼 절친해졌다. "물론, 불안했던 적도 있었다. 〈미션 임파시블〉의 시사회 때였는데, 난 많은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떨고 있었다. 그런데 톰이 오더니 이런저런 헐리웃 거물들을 소개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난 깨달았다. 쿠바, 넌 이제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들어선 거야!"

〈제리 맥과이어〉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는 분명 빛나는 배우였다. 여기서 그는 규모가 훨씬 큰 다른 에이전시로부터 귀가 솔깃할 제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에이전트(톰 크루즈)를 배신하지 않는 순박한 미식 축구 선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에게 영광을 안겨다 준 이 배역이 현실에서는 조금도 그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제리 맥과이어〉가 박스 오피스에서 1억 달러 선을 넘어서는 동안 그는 자신을 '캐머론 크로' 감독의 영화에 섭외해준 작은 에이전시인 패러다임을 떠나 헐리웃 최대의 에이전시인 CAA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앞으로 그가 출연할 영화 계약의 배당금은 CAA가 챙기게 되었다.

에이전시야 그렇다 치더라도 극중 '로드 토드웰'의 인생은 '쿠바 구딩 주니어'와 많이 닮았다. 사실 '로드 티드웰' 역은 '데이먼 웨이언즈'(〈마지막 보이스카웃〉에 '브루스 윌리스'의 파트너로 등장했던 흑인 미식축구선수)가 거절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맡게 됐다. "영화에서 '로드 토드웰'은 자기 대행인과 싸운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에이전트와 싸운다. 나는 나를 띄워 줄 역할을 맡으려 하고, 그는 계속 봉급을 많이 받으려 하기 때문에이다." 하지만 '쿠바 구딩 주이어'가 이런 것들을 불만스러워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경력을 쌓으려 애쓰고 있다. 수명이 긴 경력 말이다." 그가 한 순간의 반짝 스타로 끝날지 그의 말처럼 긴 생명력으로 살아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여전히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영화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돈이란 자기가 좋아하고 맞는 일을 하면 따라오게 돼 있으니까." '쿠바 구딩 주니어'는 게임의 규칙을 잘 알고 있다.

※필자 조은성씨는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조감독, EBS 교육방송 〈시네마 천국〉구성작가를 거쳐 나우누리 영화 동호회 〈빛그림 시네마〉시삽, 잡지사 기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웹PD와 영화 컨텐츠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