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외환은행과 유동성 강화방안 추가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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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28일 밤 '현대의 입장' 을 발표한 직후부터 자정 넘게 추가 협상을 벌인데 이어 29일에도 오전 7시부터 외환은행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확보 방안은 인정하고^주채권은행이 금융 지원을 하는 댓가로 그룹의 나머지 계열사도 각각 유동성 확보방안을 내놓아시장안정을 위한 성의를 표시하고^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의 수위조절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와 채권단은 우량 계열사의 매각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의 퇴진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현대건설에 대한 유동성 확보 방안은 사실상 일단락됐으나, 채권단에서 나머지 계열사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현대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이 부분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방안에는 현대그룹에서 지난 25일 발표한대로 올해 투자분 가운데 2조2천억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외환은행이 인정해 포함할 것이라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일선에서의 퇴진은 정확히 채권단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게 사실" 이라며 "현재 이 부분을 놓고 서로 논의가 진행중" 이라고 말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명예회장이 이미 각 계열사의 이사에서 빠져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음에도 채권은행단이 계속 이를 요구하고 있어 상징적인 추가 조치를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를 놓고 협의 중" 이라고 말했다.
즉,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정주영 명예회장이 제외돼 퇴진하는 것을 선언하든지 '명예회장' 이 문제가 된다면 이 직함을 없애는 방안까지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오늘중 진전된 합의사항이 나올 수 있을 것" 이라면서 "주로 각 계열사가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덧붙였다.

현대는 일본에 출장 중인 정몽헌 회장이 귀국할 때까지 그룹의 최종적인 자구방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출국한 정몽헌 회장은 30일 귀국할 예정인데, 빠르면 29일 중 돌아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은 28일 밤 '현대의 입장' 이란 자료를 통해 현대건설이 올해안에 총 5천4백26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의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협의해 이달 안에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핵심적인 요구를 대부분 거부한 것으로 외환은행은 현대측에 추가 자구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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