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전 갖는 백남준씨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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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자랑하는 휘트니미술관 전시회에 이어 이번 구겐하임전을 가진데 대한 감회는.

"감개무량하고 한편으론 고마움을 느낀다. 사람은 죽는 것이 순리인데 죽기 전에 이런 기회를 가진 것은 아마 운명인가 보다. 휘트니에 이어 구겐하임에서 데모( '전시' 라는 의미)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격적이다. "

- 이번 회고전의 하이라이트는 레이저 빔인데 이를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비디오 아트가 태동되던 70년대만 해도 TV수상기와 각종 예술을 접목시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동반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비디오 아트는 예술의 중요한 장르로 뿌리를 내렸다. 컴퓨터로 말하자면 486세대 다음은 펜티엄급이다. 비디오 아트의 차세대 소재를 생각하던 중 착안한 것이 군사용도로 널리 쓰이는 레이저 빔이었다. 하이테크 영상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에 충분하다. "

- 전시 준비기간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때 구겐하임 회고전을 제안받았다. 뇌졸중 이후 백내장 수술을 하는 등 병마와 싸우기도 해 실제로는 약 2년이 걸린 셈이다. "

- 특별전시장에 설치된 레이저 트라이앵글.레이저 써클.레이저 스퀘어 등 세 작품의 의미는□

"환상적인 레이저의 색채를 밀폐된 공간에 가두어 놓고 비디오 영상과 레이저 빔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창출한 작품이다. 무한공간과는 달리 제한된 공간에서 레이저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무늬가 진정한 레이저 예술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과정에서 레이저를 삼각형.원.사각형에 가두었을 때 어떻게 다른지 각각 실험해 본 것이다"

-향후 예술활동 계획은.

"뇌졸중 이후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걸을 수가 없어 거동이 불편하지만 의식은 또렷해 부지런만 떨면 작품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 예술은 영원한 것이다. 몸이 움직일 때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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