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노하우] 평창하이테크 이억기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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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평창하이테크는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드는 벤처업체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기술력을 인정받는 '작은 거인' 으로 통한다.

반도체 반제품을 검사하는 '프로브카드' 장비의 국내 시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고졸 출신인 이억기(李億基.47)사장은 26살 때부터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농가의 외양간을 빌려 전자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1991년 반도체 검사장비 분야로 눈을 돌렸다. 당시는 국내 시장을 일본 제품이 독점하던 때였다.

그는 사업 전환으로 인해 경영 사정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인력 3명을 일본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로 연수 보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93년 프로브카드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李사장은 "최근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8백50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몰려 5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 말했다.

평창하이테크는 95년부터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반도체 업체에 검사장비를 납품하고 있고 올해는 일본과 대만으로 약 1천만달러 상당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엔 동양창업투자와 기보캐피털, 대만 투자은행인 CDIB등 국내외 창업투자사로부터 6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李사장은 지난해 말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신지식인 34명에 포함됐고 회사는 지난해 10월 벤처기업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탔다.

평창하이테크의 올 매출목표는 2백60억원. 부채비율은 80% 수준으로 재무구조도 견실하다. 내달 중순쯤 코스닥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다음은 李사장이 밝힌 노하우.

◇ 직원들에게 사업 명분을 심어줘라〓 '반도체 검사장비의 국산화' 라는 대명제가 없었다면 오늘의 평창하이테크는 있을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회사 일을 잘 하는게 곧 애국하는 것' 이란 인식을 심어주었다.

◇ 조직내 상.하간의 벽을 헐어라〓나는 사장실 문패를 '대표 사원실' 이라고 붙여놓고 있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상.하간에 벽을 허물자는 뜻에서다. 말단 사원도 언젠가는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회사가 성장한다.

◇ 상식과 기본이 중요하다〓나는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하라' 고 강조한다. 상식과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결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창업 초기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사업화를 서두르다가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 하청업체를 도와라〓협력업체에는 현금 아니면 2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준다. 다음달부터는 협력업체가 은행에서 어음을 할인할 때 당일에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보증을 서줄 계획이다. 협력업체가 어려워지면 발주기업도 자연 어려워진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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