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 해양생태계 중금속 오염과정 규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과학자들이 해양 생태계가 중금속에 오염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놔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해양학과 고철환(53)교수.이정석(28)박사팀과 미 지질조사국(USGS) 이병권(36)박사팀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14일자)''에 해양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이 해양 생물들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영향을 주는지를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새로운 해양오염 측정법의 기초가 될 뿐아니라 해양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이 연안 해양 생태계 파괴와 수산물을 통해 인류 건강 위협 등 심각한 환경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해저 퇴적물 속에 포함된 카드뮴과 아연, 니켈 등의 중금속이 어떤 경로로 갯지렁이와 조개류에 축적되는지를 조사, 중금속이 주로 생물들의 먹이섭식(dietary uptake)을 통해 내부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저명한 환경과학자인 디 토로(Di Toro)박사가 제시한 `화학평형이론(Equilibrium Partitioning)''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어서 학계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평형이론은 중금속의 독성이 퇴적물에 포함돼 있는 물(공극수)을 통해 생물에 전이되며 퇴적물 속의 황화합물은 독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 연구결과는 중금속이 먹이를 통해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정석박사는 ''두 연구의 결과가 다른 것은 기존 연구가 주로 실험실에서 높은 농도의 중금속이 미치는 급성 독성에 치중한 반면 이번 연구는 자연계에 실재할 수 있는 농도의 만성적 영향에 중점을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퇴적물 속의 중금속 농도는 일정하게 하고 황화합물 농도를 다르게 한 환경에서 생물의 중금속 흡수를 조사해 황화합물의 농도가 생물체 내 중금속 축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박사는 ''현재 미국 환경청(EPA) 등이 개발중인 퇴적물 중금속 평가법(화학평형에 기반한 평가법)은 실제 퇴적물 중금속 오염을 매우 과소평가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하게 반영한 새로운 퇴적물 중금속 평가 방법이 제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