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축산 종사자 입국 때 소독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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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앞으로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해외여행을 한 경우 공항에서 소독을 받지 않으면 아예 입국이 금지될 수도 있다. 정부가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공항에 별도로 소독대를 설치하고 축산업 종사자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소독을 마쳤다는 증표가 없으면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법무부에 이 방안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대부분 외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축산 종사자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신고와 소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그런 와중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사후 신고와 소독의무를 지우는 개정안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사전에 소독한 사람만 입국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바이러스 유입은 원천 차단이 가능하겠지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축산 종사자 모두는 사전에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여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한편 수도권으로 번진 구제역은 경기도 연천과 양주에 이어 파주에서도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부곡리 농장에서 기르는 젖소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전날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연천의 돼지농장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에서 기르는 젖소 150마리와 반경 500m 안 3개 농가의 소와 돼지 2380마리를 폐사(살처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 북부에서 번지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북에서 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농식품부의 이상수 동물방역과장은 “경기 북부와 경북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모두 ‘O형’이지만 정밀검사 결과 총 639개 중 5~6개의 염기서열이 달랐다”며 “이게 원래 바이러스의 변종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바이러스인지 보다 정밀하게 조사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두 바이러스가 같은 것이라면 방역망이 뚫린 것이지만, 다른 것으로 판명될 경우 또 다른 구제역 바이러스가 외국에서 유입된 것이어서 새로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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