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지식혁명 이제부터 시작, 노벨 과학상 멀지 않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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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04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는 홍승우 교수,

-국제과학도시의 꿈을 6년 전 꾸기 시작했다고요.
“2004년 ‘랑꽁뜨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불어인데 ‘만남’이란 뜻입니다. 과학자부터 예술가, 기업인, 언론인 등 30여 명이 지식과 창조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모임이었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미래에 대한 꿈을 꾸자는 취지였는데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몽상만 하는 게 아니라 땀(행동)이 필요하단 걸 깨닫게 됐어요. 하루는 137억 년 전 우주의 기원에 대해 논의했는데 한 언론인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연구를 못 하느냐고 물었죠. 그래서 과학 인프라 조성이 미비한 데다 우주의 신비, 비밀을 연구하는 호기심과 열정을 한국 사회가 밀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을 했죠. 그러자 그 언론인이 ‘정치권에 요구하세요’ ‘사회에 직접 호소하세요’라며 시민운동을 권하더군요. 그래서 2006년 여름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 포럼’이란 시민단체를 만들었는데 그게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운동의 출발이었죠.”

국제과학도시 기획한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과학도시에 건설되는 중이온 가속기는 무엇인가요.
“21세기는 신소재 과학이 중요한 시대예요.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치가 중이온 가속기죠. 핵변환을 통해 말하자면 연금술이 가능한 장치입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는 건설하는 데 4600억 정도가 듭니다. 이 장치로 중이온(수소·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을 인위적으로 거의 빛의 속력으로 가속시켜 거기서 발생하는 극미한 입자를 이용해 137억 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과 우주원소의 기원을 탐색할 수 있어요. 빅뱅 직후 1000분의 1초 상황을 재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경탄스럽지 않습니까. 친환경적인 핵에너지, 방탄종이 같은 신물질 개발, 암세포의 자기복제 차단 같은 세상을 바꿀 원천기술도 생산할 수 있죠.”

-이 장치를 ‘과학 꿈나무들의 잔디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요.
“과학에서 가속기 시설은 축구선수들에게 잔디축구장과 같아요. 학생들에게 마음껏 연구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야 과학이 발전할 수 있어요. 노벨 과학상의 토양입니다. 지금 우리는 외국 가속기 시설에 가도 일주일 이상 머물지 못합니다. 이 기간엔 실수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의력은 실수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에요. ”

2004년 여러 학문들이 만나는 학술진흥재단 본부장을 하면서 민동필 이사장(당시 서울대 교수. 그 뒤 국제과학도시 운동을 하면서 사표를 냈음)은 융합의 가치에 주목했다. 과학과 예술, 비즈니스와 도시가 만나는 융합으로 이상적인 인간의 공동체가 탄생할 것이란 상상을 했다. 그게 은하도시다. 은하도시는 정치와 사회 운동을 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왜 과학이 정치와 섞이느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꿈을 이루려다 보니 추진력은 사회 지도층에서 나온다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2007년 대선 후보캠프들을 차례로 접촉해 은하도시 계획을 설명했죠. 그중에 이명박 후보가 제 계획에 동조하면서 그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가 됐죠. 과학자는 꿈을 꾸는 사람이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정치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도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 중 하나잖아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는 과정에서 정치의 힘을 빌린 건데 이번에 그 역할을 제가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름을 공공연히 밝히기 어려운 관료, 기업인, 학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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