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되찾은 지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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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소연(19·한양여대·사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미국 프로축구팀 진출이 어렵게 돼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가 고민을 접고 아시안게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지소연은 11일 중국 광저우 중웬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동료들과 비지땀을 흘렸다. 훈련 초반 낯빛이 어두웠던 그는 어느새 훈련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그는 “사실 중국으로 오기 전까지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 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지난달 말 여자프로축구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대신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WPS) 드래프트에 신청했다. 하지만 WPS 소속 두 팀이 해체되면서 드래프트가 무산됐다. 신생팀 웨스턴 뉴욕의 지명을 받아 보스턴으로 옮기기로 했던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

 지소연은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WK-리그에서 뛸 수는 없지만 일본도 좋은 리그다. 일본에서 두 시즌 정도 뛴 뒤 다시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최인철 여자대표팀 감독의 도움이 컸다. 최 감독은 지소연을 중학생 때부터 조련해 온 삼촌 같은 존재다. 최 감독은 지소연과 상담하며 그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본행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훈련장에서 만난 지소연은 ‘여자 메시’에서 대표팀 막내로 돌아와 있었다. 지소연은 지난 8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실버볼(최수우선수 2위)을 수상하며 팬들로부터 ‘여자 메시’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지난달 피스퀸컵 대회 때까지도 너무 벅찼다. 축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마음은 붕 떠 있었고 자만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간 건 아니지만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의 강도 높은 훈련도 도움이 됐다. 중국으로 오기 전 목포에서 근력 강화운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이날도 2시간가량 힘든 훈련이 이어졌지만 “목포 때보다 강도가 낮아졌다”고 할 정도다.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고민할 여유도 사라졌다.

 지소연과 동료들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파이팅”을 외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지소연은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우리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이 고통 뒤에 웃을 일을 기다리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지소연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15세의 나이로 출전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여자 대표팀은 14일 베트남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16일 요르단, 18일 중국과 A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조 2위까지 오르는 준결승 진출은 무난하다. B조에는 아시아 최강 일본이 버티고 있다. 중국전 결과에 따라 준결승 상대가 가려지게 된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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