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영화의 추억' 파스빈더를 기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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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82.사진)는 20세기 후반의 독일 사회를 상징하는 영화 감독이다. 나치 정권이 연합군에 백기를 든 그해에 때어난 그는 37년이란 짧은 삶에서 전후 독일인의 우울한 내면을 드러내온 것으로 유명하다. 패전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싶은 독일인에게 전쟁이 남긴 상처를 집요하게 들이대며 '뉴 저먼 시네마의 거장'이란 칭호마저 얻었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멜로 드라마 형식을 빌려 전후 독일의 왜곡된 정치 현실과 억압받고 소외된 계층을 주목해온 파스빈더. 그의 영화세계를 살펴보는 회고전이 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70년대 독일인에게 50년대 독일을 되돌아보게 한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베로니카 포스의 갈망''롤랑' 이른바 '독일연방공화국 3부작' 등 총 24편이 상영된다. 정치와 일상, 역사와 개인이 맺는 역동적 관계를 스크린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국내 첫 소개되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주목된다. 나치즘이 대두하기 직전인 20년대 후반 독일을 배경으로 성과 권력의 문제를 천착한 15시간짜리 텔레비전 영화다. 영화평론가 서동진.김성욱씨의 특강도 준비됐다. 관람료 1회 6000원. (www.cinematheque.seoul.kr), 02-720-9782.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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