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시베리아 잇는 철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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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그는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발전을 제약하는 인위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제공]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는 발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지도부 보고용”이라며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결론은 어디에도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유포된 (천안함 보고서) 정보의 신뢰성 문제는 이를 쓴 해당 언론사의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한국 언론이 보도한 ‘러시아가 천안함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중간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과 중국 정부 등에 전달했다’는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와 이타르타스는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양국 민관산학협의체인 ‘한·러 대화(KRD)’의 지원을 받아 공동 취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러 언론이 공동 취재에 나선 건 처음이다.

그는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전면적 군사·정치적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미래를 봐야 한다”며 “조만간 관련국들이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천안함과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일방적으로 해석해 강요하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이 입맛대로 안보리 성명을 해석하는 걸 경계했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평가하면.

“두 나라는 무에서 출발해 1990년 국교 수립 이후 20년 만에 서로 협동하는 강력한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해결이 어려운 정치적 문제라든가 발전을 저해하는 인위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은.

“남북한이 상호 파트너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 러시아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잇고, 한국에 이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며, 북한 땅을 경유하는 전력 공급망을 조성하는 등 남북한이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 특히 북한 나진항에 컨테이너항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들어오는 화물을 TSR로 연결하는 러시아의 프로젝트는 남한 기업들의 투자와 화물 컨테이너 유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미국 대 북한·중국의 편가름이 생긴 것 같은데.

“(관련국들이) 지역 안보구조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 러시아는 현재의 국제적 안보구조를 만든 나라 가운데 하나며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 협상과정에서 효과적인 지역 안보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적지 않게 찾아냈다.”

-6자회담이 동북아 안정에 도움이 되는가.

“6자회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유용성과 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한 영변 원자로 폐쇄를 합의했던 점을 고려하면 6자회담이 무익했던 게 아니다. 협상 당사국들이 변함없이 6자회담 복귀에 흥미를 보일 뿐 아니라 상호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 ” 

모스크바=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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