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타고 퍼지는 ‘기부 바이러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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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08면

“공룡에 대한 강연 가능한 안산 거주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입니다.”(@ds1aff)
“흉부외과 의사입니다. 심장과 관련된 동영상 중심의 강의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 듯합니다.”(@PiZKorea)

“대전의 수학교사입니다. 수학 관련이죠. 도형을 위주로 수업 해보고 싶군요.”(@gibenrat)

정재승 교수가 ‘강연 기부’ 제안을 트위터에 올린 후 강연은 물론 자신의 손발과 시간을 기부하겠다는 멘션 수백 건이 쏟아졌다. “10명 정도, 많으면 30명 정도가 강연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정 교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이었다.

“과학적 재능이 없어 안타깝다”며 정 교수에게 다른 재능 기부를 제안한 비과학도들도 상당했다. 웹툰 작가인 조석씨는 만화를 그려 강연 기부를 홍보하겠다고 했고, 가수 윤종신씨와 정지찬·정재형씨도 “함께 하고 싶다”고 정 교수의 트윗에 답을 했다. 정원영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도 “음악 하는 저희도 부려주세요”(@gunbaner)라며 뜻을 밝혔다. 정 교수는 “대도시가 아닌 경우 청소년들이 공연을 접하기도 어렵다”며 “음악을 하는 분들께는 작은 공연을 부탁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재능이 없는 대신 도서나 물품 기부를 하거나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멘션도 수백 건에 달했다.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트위터러들의 멘션도 잇따랐다. 기업도 나섰다.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 능률교육이 강연을 후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10일 열린 사전모임엔 이들 회사의 직원들이 참여해 후원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교육청을 통해 홍보한다거나 공문을 보내면 훨씬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지만 관(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자발적인 시민의 힘으로 성과를 얻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트위터러들 역시 ‘재능기부 실험’에 대해 “트위터가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분명 이 세상에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kirisanga), “트윗하면서 느낀 최고의 감동”(@xsishj)이라는 글을 남겨 정 교수의 실험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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