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달성군 옛 청사 어찌할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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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6일 오후 대구시 대명동 옛 달성군청. 넓은 청사 건물에 적막감이 감돈다. 정문 오른쪽의 민원봉사실 문이 열려 있다. 들어가 보니 철거한 도로 표지판이 가득 쌓여 있다. 민원인이 이용하던 화장실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다. 본관 건물은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져 보기 흉하다. 사무실 문은 모두 잠겨 있다. 본관 뒤 계단 아래쪽에는 잡초가 자란다. 현관문은 나뭇가지로 가려져 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서다. 고양이도 눈에 띈다.

수위실에서 만난 관리인은 “매일 청소를 하고 출입자가 있는지 점검하지만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달성군 옛 청사가 5년 넘도록 비어 있다. 군이 새 청사를 마련한 이후 건물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군이 논공읍 금포리에 새 청사를 지어 옮긴 것은 2005년 4월이다. 이후 여러 차례 옛 청사를 입찰에 부쳤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2007년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는 업체가 145억7000만원에 낙찰받았지만 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매각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옛 청사는 부지 6197㎡에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연면적 6015㎡다.

청사가 장기간 매각되지 않으면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청사 마당에 몰래 버려 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낮 시간엔 공공근로자가 청사를 지키지만 야간엔 보안업체가 무인경비를 하고 있어서다. 청사 정문 앞 인도는 장터로 변한지 오래다. 고구마·감자·각종 채소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진을 치고 있다. 한 주민은 “번화가에 위치한 청사가 방치돼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하루 빨리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청사 마당은 군청 통근 버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옛 청사가 팔리지 않아 새 청사를 지을 때 빌린 건축비 39억6000만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부채 이자와 옛 청사 관리비로 연간 1억3000여 만원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군은 다음달 중 다시 청사를 팔기로 했다. 매각 예상 가격 147억원은 이미 올해 예산 가운데 수입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군은 최근 감정평가법인에 청사 가격 평가를 의뢰했다. 팔리지 않으면 추경예산을 편성해 이 금액을 삭감해야 한다.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각종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달성군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오고 있지만 실제 낙찰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청사가 팔리지 않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부도심에 위치한 데다 부지와 건물도 큰 편이어서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임대도 여의치 않다. 낡은 건물을 헐고 새로 지어야하지만 군유지에 임차인 소유의 건물을 지으면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매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군이 나서 청사를 보수한 뒤 임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달성군 박금상 예산팀장은 “입찰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어서 팔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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