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안재홍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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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안재홍 변호사

신임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강연에서 한 말 실수 때문에 천암함 유가족들이 명예훼손으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명예훼손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언론을 통해서나 일상에서 대화하다 보면 명예훼손이란 말을 자주 쓰기도 합니다.

명예란 사람의 신분·성격·혈통·용모·지식·능력·직업·건강·성품·덕행·명성 등에 대한 사화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말합니다. 그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진실이건 허위이건 가리지 않습니다)을 적시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물론 민법상으로도 명예훼손이 되면 불법행위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위에서 말하는 불특정 또는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여러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여러 사람이 아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하였고, 만일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들은 말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역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입이 가벼운 단 한사람에게라도 다른 사람 욕을 했다가는 여러분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흔히 알고 계시는 모욕에 대해서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명예훼손과의 차이는 사실을 밝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A가 여러 사람앞에서 “B가 3년 전에 어린 아이를 성폭행을 해서 처벌받았어”라고 말하면 A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만일 A가 여러 사람앞에서 “B는 버러지 같은 놈이야, 인간 쓰레기야”라고 말하면 A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즉 위 두 죄는 A가 말하면서 B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밝혔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명예훼손죄가 형량이 높습니다.

명예훼손 이야기를 다시 하겠습니다. B라는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가 B의 나쁜 짓을 사람들 앞에서 사실대로 얘기합니다. A의 행동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가 B가 한 나쁜 짓을 아무리 좋은 의도로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사람들한테 얘기한다고 해도 A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B의 행위가 명예훼손이 된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A가 고소를 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등의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B는 굉장히 곤혹스러워 집니다.(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처럼)형사소송이건 민사소송이건 피고인 또는 피고의 입장에 처하기 때문에 방어적인 입장에서 여러분의 잘못을 벗을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런 고생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어떠한 사람과 관련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 신문사에 제보도 하고, 휴대폰으로 여러 사람한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만일 명예훼손죄가 된다면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말한 것보다 더 중한 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의도로 했다고 해도 여러분의 행위는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도 죽음에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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