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北과 동시 전면전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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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23일 북한과 이라크를 겨냥해 "두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해 그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의 '두개 전쟁론'은 현재로선 미국이 이라크에 전념하는 틈을 타 북한이 핵 봉인장치를 제거하는 움직임을 경고하기 위한 엄포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꺼내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등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두개 전쟁론이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을 상대로 동시에 전면전을 치를 능력을 보유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대규모 지역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56대가 실린 항공모함 4∼5척을 집중 투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은 모두 11척이나 이중 작전투입이 가능한 항공모함은 7∼8척에 불과하다. 이중 4척은 현재 이라크 주변의 지중해와 인도양에 투입돼 있고 실제로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1∼2척이 더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도 이런 한계를 인식해 2001년 발표한 4년주기 국방검토(QDR)에서 2개 전쟁에서 동시에 전쟁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1개 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현상을 유지한다는 '윈-플러스'(win-plus)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와의 전쟁 중에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우선 이라크와의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해 전쟁을 조기에 종결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북한에 대해선 남침을 하지 못하도록 억지전력을 강화하고 이라크 전쟁이 종결된 뒤 군사력을 한반도로 집중 투입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사용하는 억지전력은 초정밀 미사일을 이용해 주요 미사일 기지·공군기지·장거리 포대 등을 공격해 북한의 선제공격 능력을 무력화 시키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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