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그21 전투기, 中랴오닝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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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이 소식통은 "17일 오후 푸순 상공을 날던 북한 군용기 한대가 사고로 추락했다"며 "사고 비행기에는 조종사 한 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정보 사이트 '시루망(西陸網)'도 "17일 오후 4시쯤 북한 전투기 1대가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 라구(拉古)항 인근에 추락했다"면서 "추락한 전투기는 '미그(MIG)-21'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에 현장에서 누리꾼이 찍은 사고현장과 추락한 비행기 사진 2장도 공개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이 비행기 꼬리 부분에 북한 국적을 나타내는 푸른색과 붉은색 원 안에 별이 박힌 로고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추락한 북한 군용기는 전날 신의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것이 레이더에 포착됐다"면서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레이더 화면에 미그-21기로 식별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신의주 공군기지에는 미그-21과 미그-19, 미그-23이 전개되어 있다.

소식통은 "추락 현장의 사진에 나타난 동체의 주날개 모양이 삼각형인 것으로 미뤄 미그-21 전투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군사소식통은 "통상 비행기가 추락하면 연료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나지만 이 전투기의 형체가 온전했던 것으로 미뤄 연료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푸순은 중국 접경 신의주에서 20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신의주에는 미그기를 훈련기로 사용하는 북한 공군부대가 있으며 이 부대 소속 비행기와 헬기들이 압록강 일대를 비행하며 훈련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왔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신의주 공군부대 소속의 이 비행기가 훈련 도중 대열에서 이탈, 탈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검거되면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비행기가 러시아로 탈출, 망명을 시도하려던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신문사 등 주요 언론들도 17일 오후 중국 당국을 인용, 국적불명의 소형 비행기 1대가 랴오닝성 푸순현 라구향에서 사고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유관 당국은 이 사고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을 뿐 비행기의 국적과 탑승자 수, 피해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전 통보없이 국경을 침범한 북한 비행기를 중국이 격추시키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비행기의 형체가 온전한 점으로 미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경제사정이 악화하면서 최근 두만강과 압록강 등 중국 접경에 있는 북한 국경수비대 소속 군인들의 탈북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MIG 21= 1956년 처음 선보인 구소련의 단거리 초음속 전투기 겸 요격기.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국가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북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력전투기로 활용중이며 북한은 2020년까지 현역에서 운용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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