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팁 받은 경험’ … 튀는 자기소개서로 면접관까지 사로잡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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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4학년 1학기가 돼서야 취업에 대해 처음 생각한 대학생이 있었다. 공모전에 원서 한 번 낸 적 없었고, 인턴 경력은 물론 자격증 하나 없었다. 남들 다 하는 토익도 4학년이 돼서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대학생이 반년 뒤 ‘취업의 달인’으로 변신해 성공기를 담은 책까지 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비결은 남다른 자기소개서였다.

변신의 주인공은 GS건설 김포한강신도시 크린센터 시설공사현장 정병옥(30·사진) 대리. 그는 “취업을 하려고 보니 취업에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더라”는 말로 지난달 6일 서강대에서 열린 ‘취업 선배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정 대리는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처음으로 한 홈쇼핑 업체에 인턴으로 지원했다.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는 “성격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너무 솔직히 대답한 게 실수였다”며 “면접은 친구들끼리의 수다떨기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정 대리는 여름방학을 ‘업그레이드’ 시기로 잡았다. 학교에서 하는 취업특강을 듣고 친구들과 취업 스터디까지 꾸렸다. ‘문제는 평이한 자기소개서’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때부터 지나온 삶을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200만원의 팁을 받은 대리운전 기사’라는 자기소개서 제목이다. “학창 시절 친구와 용돈을 벌기 위해 두 달 동안 했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경험을 잘 포장해서 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젊은 대리운전 기사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어른들이 귀여워하며 팁을 많이 줬지요.” 정 대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낯선 사람의 마음을 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서에 썼다. 활달한 성격, 사람에 대한 관심도 부각시켰다. 그 뒤부터는 모든 게 술술 풀렸다. 대리운전 경력은 서류는 물론 면접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면접관들이 그 경력에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정 대리는 후배들에게 “서류 심사관들은 한 자리에 앉아 수백, 수천 통의 자기소개서를 본다. 어떤 내용이건 일단 그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부터 면접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면접관으로 하여금 호기심이 생기도록 하라는 것이다.

회사 여러 곳에 동시 합격한 그는 고민 끝에 2006년 7월 GS건설에 입사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게 될 경우 출근시간도 빠르고 주말 근무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내문화·복지·급여 등을 모두 고려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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