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경제 낙제·안보 우등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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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다음달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업무실적을 분야별로 평가한 중간성적표를 2일 발표했다. 잡지는 "부시 대통령의 지난 2년 성적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경제 낙제, 안보 우등'"이라면서 "전체적으로는 잘했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말로 잔여 임기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표시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취임 초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파기하는 등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물의를 빚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국내 지지율 역시 50%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되살아난 부시의 인기는 지난달 초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50년 만에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대승리로 이어졌다. 이에 고무된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말 자신의 전반 임기에 대해 "양당 정치사에서 놀랄만한 업적을 이뤄낸 시기" "보다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한 의제설정에서 대중을 하나로 이끌었다"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비즈니스 위크는 아동교육 확대와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재정분야와 경제·의료정책 등에서는 보통 이하인 C학점을 줬다.

노인들에 대한 처방약 값을 할인해 주는 내용을 담은 노인건강보험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데다 실업수당 확대 계획이 재원 부족으로 불발에 그치는 등 많은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재정흑자가 적자로 돌아선 사실을 거론하며 "재정적자가 3천억달러(약 3백60조원)를 넘지 않게 하려면 국방부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9·11 테러의 배후인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이 잡히지 않은 것만 빼고는 미국과 우방들이 전세계 테러조직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대(對)테러정책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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