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다함세무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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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소기업과 동네 가게들이 정보화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갖춘 한국이지만 동네 가게는 예외였다. 정보화를 위해 투자할 돈과 마땅한 소프트웨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싸게 빌려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기업과 동네 가게의 정보화 현장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다함세무법인의 김희만 (37)세무사가 지난 3월 동료 두 명과 함께 세무법인을 차릴 때의 고민은 "단순 반복적인 일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세무법인의 고충은 부가가치세 신고가 마감되는 분기 말에 일거리가 몰린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직접 받아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하고 계산해야한다.

"세무경력이 15년을 넘었지만 이런 소모적인 단순 업무를 개선할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이 때 그에게 나타난 것이 신용카드 매출전표 자동입력 온라인 소프트웨어 임대서비스(ASP·★)다. KT가 소기업 정보화를 위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순간의 신용카드종류·거래액·거래일자 등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저장된다. 그러면 세무법인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해 거래 내역을 조회,부가세액을 확정하고 프린트해서 세무서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일단 가맹점에선 부가세 신고를 위해 신용카드매출전표를 일일이 모아 세무법인에 갖다 주는 불편이 줄었다. 세무법인도 일이 분기 말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기 때문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손님의 평균 70%가 신용카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큰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김세무사는 "처음 시스템을 사용할 때는 직원들이 업무 방식이 달라졌다고 부담스러워 했지만 사흘 만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다함의 김소정 씨는 "소프트웨어 조작이 쉬워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업무시간이 줄어든 직원들은 남는 시간에 고객사를 방문, 컨설팅을 해주는 등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월말에도 제시간에 퇴근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하려면 만만찮은 돈이 들지만 온라인으로 빌려 쓰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ASP 이용 요금은 월 2천∼2만원대. 다함이 이 같은 온라인 방식으로 세무컨설팅을 해주는 음식점·소매점 등은 40여개다.

"7개월간 새로운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 생산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당장 절약한 돈이 얼마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이 짜증 나는 단순업무에서 벗어나 즐겁게 일하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지요."

김세무사는 "이제는 작은 기업들도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ASP(Applied Software Provider)는 우리 말로 '온라인 응용소프트웨어 임대'라는 뜻이에요. 소프트웨어를 빌려 쓴다는 얘긴데, 오프라인에서 CD타이틀에 담겨 있는 제품을 빌리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기(다운로드)해 빌려 쓰는 방식을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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