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백혈병… 구급차서 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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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6일 영상의 포근한 날씨 속에 치러진 수능 시험은 전국적으로 큰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시험장 곳곳에서는 새벽부터 고교 선·후배들이 현수막을 들고 나와 응원전을 펼쳤다. 경찰은 시험장 경비와 교통 정리 등을 위해 경찰관 1만8천여명과, 모범운전자·녹색어머니 등 협력단체 회원 8천3백여명, 순찰차와 오토바이 4천8백여대를 지원했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 사는 수험생 金모(19)군은 입시시간 직전까지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며 방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부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시험장으로 보냈다. 재수생인 金군은 "대학에 진학하기 싫다. 내버려 두라"며 버티다가 출동한 경찰이 "문을 열고 얘기하자. 일단 시험을 본 뒤 생각해 보라"며 10여분간 달래자 결국 문을 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가 오죽 답답했으면 112신고를 했겠느냐. 어쨌든 학생이 지각을 않고 시험을 봐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서울창덕여고 임수현(18)양은 서울 송파구 잠신중학교 운동장에서 구급차에 탄 채 시험을 치렀다. 임양은 수능을 일주일여 앞두고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으나 꼭 시험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응급차 안에서 시험을 봤다. 또 여의도 중학교에선 약시·뇌성마비·자폐증 등을 앓고있는 77명의 장애인이 시험을 치렀다.

○…전국 최고령 수험생인 조희종(68·제약회사 직원)씨는 부산 대진정보통신고에서 시험을 치렀다. 올해 중·고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한 조씨는 "내가 얼마만큼 공부를 할 수 있는가 도전해보기 위해 응시했다"며 "손자뻘되는 학생들과 겨루자니 좀 쑥스럽긴 했지만 공부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최연소 응시자는 서울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인문계 응시생 윤영철(13)군이었다.

○…대전 제21고사장인 둔산여고 정문 앞에서는 한 대입 재수전문 학원이 홍보성 전단을 배포,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눈총을 샀다. J학원은 수능 답안작성 때 유의할 사항을 적은 점검표 하단에 큼지막하게 '재수전문'이란 문구를 넣은 쪽지를 수험생들에게 나눠주면서 "수험표 뒷면에 부착해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든 수험생·학부모들은 "시험도 치르기 전에 재수부터 권유하느냐"며 불쾌한 표정이었다.

○…서울 경복고·경기여고 등 일부 시험장에선 난데없는 손목시계 공수작전이 벌어졌다.

학교 측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교실의 벽시계를 모두 떼어내고, 수험생 휴대전화마저 수거하면서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나온 학생의 부모들은 시계를 구해다 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학부모들은 "뭘 써 놓는다고 벽시계까지 떼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수능시험 출제를 위해 강원도의 한 시설에서 한달간 감금생활을 했던 출제위원단 3백28명이 6일 오후 해방됐다. 수능 5교시(제2외국어) 시작 10분 뒤인 오후 5시40분이다.

출제위원장단 9명과 출제위원 1백19명(교수 87, 고교 교사 32명), 검토위원 74명, 관리·출제 보조요원 및 경찰관 97명, 기획위원 20명 등. 이들은 지난달 9일 합숙에 들어가 29일간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끊긴 채 수천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문제집을 토대로 문제 만들기에 몰두해 왔다.

사건사회부·전국팀

justic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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