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못 견뎌 도망 … 남편에게 코·귀 잘린 아프간 새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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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이샤는 올해 18세인 아프가니스탄 여성이다. 결혼 뒤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줄곧 폭력과 학대를 당했다. 견디다 못해 지난해 친정으로 도망쳤지만 얼마 뒤 탈레반과 함께 온 남편에게 붙잡혔다. 곧바로 마을 인근 산으로 끌려간 아이샤는 코와 귀를 자르라는 탈레반 사령관의 즉결심판을 받았다. 다른 여성에게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맞아 도망치지 않았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아이샤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시동생이 아이샤의 머리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 남편은 망설임 없이 칼로 그의 코와 귀를 잘랐다. 피를 흘리며 고통으로 실신한 아이샤는 그대로 산에 내버려졌다. 다행히 미군의 구조를 받은 그는 현재 수도 카불의 여성쉼터에서 지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9일자 최신 호에서 코가 잘린 아이샤의 사진과 사연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아프간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타임은 아프간 여성인권 악화의 주요 원인이 최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탈레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프간 정부 등에서 나오는 탈레반과의 정치적 화해 움직임을 우려했다. 리처드 스텐절 타임 편집장은 “탈레반이 여성에 가하는 행위를 알리기 위해 아이샤의 사진을 표지로 썼다”며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 침해 근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가정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다 분신 자살을 시도한 여성은 103명에 이른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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