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기능장' 25세 이고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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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성이 기술인 최고의 명예인 기능장 시험에서 역대 최연소로 합격했다. 인천기능대 컴퓨터 응용기계과를 졸업한 이고은(25·사진)씨는 여성으로는 네번째로 기능장이 됐다.

李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 수치제어 선반기능사, 전산 응용가공 산업기사 등 기술자격증을 땄다. 또 졸업 후 정밀기계 회사인 한성미크론에 입사해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기계 부품을 설계하고, 각종 공작기계를 이용해 부품을 깎고 제작했다.

지난 7일 발표된 제32회 기능장 시험에 합격한 그는 "여자라서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 기피 직종이라는 난관을 이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李씨는 아버지에 이어 동생과 함께 2대 째 기계기술 분야 전문가로 진출했다. 1973년 인천기능대 전신인 중앙직업훈련원 기계과를 졸업하고 현재 메카트로닉스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운학(李雲鶴·52)씨가 그의 아버지다.

동생 조은(23)씨는 지난해 언니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기계설계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작업을 보면서 자란 이들 자매는 "집안 곳곳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기계가 우리의 장난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고은씨가 94년 기술자가 되겠다며 그해 설립된 최초의 여자공고인 인천여자공고에 입학하려 했을 때는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고은씨는 "힘든 길을 가겠다고 나선 딸이 안쓰러워 그랬겠지만 처음엔 아버지와 많이 싸웠다"며 "이젠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李교수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사회의 미래가 걱정되는 마당에 딸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m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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