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한국인 자매' 아버지가 시신 살펴 "금니는 맞는것 같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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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5일 낮 인도네시아 발리의 주립 상을라병원 검안실 문틈으로 발리섬 차량 폭탄 테러로 실종된 한국인 문은영(31)·은정(29)씨 자매의 부친 문공하(69)씨의 애끓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이날 낮 두 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인도네시아인 검시의는 시커멓게 타버린 시신의 잇몸에 박혀 있는 금니 6개를 문씨에게 보여줬고 문씨는 "90%는 은영이의 것이 맞는 것 같지만…"이라며 고개를 가로젖다 눈물을 쏟고 말았다.

공개된 시신이 다시 99번 번호표가 달린 비닐 백 안에 담기려 하자 문씨는 "잠깐만"이라고 외쳤다. 그는 "딸애들의 귀를 봐야 한다. 그 애들은 귀가 유난히 작다"고 했고, 검시의는 시신을 다시 보여줬다. 하지만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그라든 귀를 본 문씨는 둘째 사위 서모(30)씨의 어깨를 부여잡고 흐느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문씨는 "딸이 죽었다고 1백% 확신할 수 없다"며 "딸애가 묶었던 호텔로 찾아가 머리카락 한 오라기라도 찾겠다"고 말했다.

현지에 급파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희성 영사는 "DNA 분석까지 거쳐야만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파사르(인도네시아)=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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