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삼킨 감성 감동으로 전할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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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노래 구절처럼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지난 5월부터 곧 나온다 나온다 하며 궁금증을 자아내온 앨범, 바로 박효신의 3집 얘기다. 데뷔작 '해줄 수 없는 일', 2집 '동경'을 발표하며 팬들은 물론 동료가수들 사이에서도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로서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발매되자마자 음반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멋모르고 그저 노래를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냈던 1집이나 팬들의 호응에 들떠 서둘러 냈던 2집 때와는 다르더라고요. 이젠 제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를테면 새 앨범의 타이틀곡 후보로까지 꼽혔던 노래 '유&미(You&Me)'의 경우 거의 스무번이나 가사를 바꾸는 바람에 앨범에 실리지도 못할 뻔했단다. 리메이크 2곡을 포함한 15곡 모두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러다보니 우연히도 "꼭 음반을 내고 싶던 가을에 발표하게 돼 오히려 잘됐다"며 웃는다. 웃는 모습은 역시 스물한살 청년이다. 어리광이 흐르는 얼굴이나 손발짓, 한껏 '폼나게' 신경쓴 옷차림을 보면 어디서 그렇게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굵직한 허스키 보컬이 나올까 싶다. 하긴 그런 상반된 요소의 조화야말로 그가 10대에서 3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일 게다.

"힘을 좀 빼라는 지적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기교를 부리기보다 곡의 느낌에 제 목소리를 맞추려고 절제하려다 보니 더 힘들었어요."

이번 앨범은 제목인 '타임 어너드 보이스(Time-Honored Voice)'가 그의 바람만은 아닌, 현실로 곧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묻어나는 발라드곡 '나비(娜悲)의 겨울''좋은 사람' 등에서 그런 노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감정을 터뜨리기보다 삼킴으로써 가슴 아린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다.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에 슬픔이 깃든 가사가 어우러진 라틴풍의 '유&미'도 히트가 예감되는 곡. 데뷔 때부터 임재범과 음색이 닮았다는 말을 들어온 그가 과감하게 리메이크한 임재범·박정현의 듀엣곡 '사랑보다 깊은 상처' 역시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 임재범'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예 앤과 호흡을 맞춰, 폭발적인 열정이 느껴지는 선배들의 노래에 비해 부드럽게 감싸는 영화음악처럼 불러봤다고 한다.

문득 최근 스포츠지 등을 통해 화제가 됐던 앨범 속 사진포스터의 진상(?)이 궁금했다. 상반신을 벗고 청바지를 내릴 듯한 모습, 팬티 윗부분까지 슬쩍 드러난 문제의 사진 말이다.

"팬들이 그렇게 야하게 느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청바지를 좋아해서 이런 저런 포즈를 한번 취해본 건데…. 그리고 솔직히 누구나 한번쯤 젊었을 때 그런 과감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말을 하면서도 쑥스러운지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연말께 전국 순회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는 박효신. "아직도 고쳐야할 점 투성이 인데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는 욕심마저도 풋풋하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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