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엘비스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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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인들은 죽은 영웅과 스타를 기억하는 데 열정적이다. 조지 워싱턴·에이브러햄 링컨·프랭클린 루스벨트·존 F 케네디 대통령에서 여배우 마릴린 먼로나 야구왕 베이브 루스에 이르기까지 그들 마음 속에 빛나는 별은 많다.

그 중 가장 요란한 별은 누구일까. 아마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일 것이다. 프레슬리의 25주기(周忌)기념일(16일)을 맞아 미국이 다시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엘비스 주간'이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외국인을 포함해 7만여명의 팬들이 그가 묻혀 있는 대저택 '그레이스 랜드'가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모였다. 엘비스 신도들은 열광적인 추모로 엘비스의 영()을 흔들어 깨웠다. 극성팬들은 엘비스가 즐겨 신던 파란색 염소가죽 구두와 엘비스의 머리 모양을 흉내 낸 가발로 치장한 채 촛불을 들고 무덤을 돌기도 했다.

추모제가 아니어도 엘비스는 살아 있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죽은 엘비스는 각종 사업으로 지난 1년간 3천7백만달러를 벌어들여 '사자(死者)스타'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ABC방송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엘비스는 미국 문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40%는 엘비스를 '로큰롤의 제왕'으로 꼽았고, 50%는 '아직도 나의 팬'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의 엘비스 사랑에도 고민은 있다. 디지털 세대의 어린이나 10대들이 엘비스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엘비스는 1950년대 중반에 떠서 77년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아날로그 스타다. 그래서일까. 13일 워싱턴 포스트는 어린이용 엘비스 특집을 실었다. 신문은 "지금도 전세계 3만5천명이 엘비스를 흉내낸다"고 전했다. 이들이 참고하는 엘비스 모방 지침에는 "먼저 구레나룻을 길게 길러라.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매직펜으로 검게 칠하거나 전기공사용 검정 테이프를 붙여라. 윗입술 한쪽 끝을 올려 냉소적인 표정을 지어라. 다리를 조금 구부리고, 오른손은 갈비뼈까지 가게 한 뒤 왼팔은 쭉 펴서 마이크를 잡아라"고 써 있다. 대중문화 스타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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