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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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엔에서의 천안함 사태 해결 등을 둘러싼 일련의 한·중 외교교섭에서 중국이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한번의 불행이 또 한번의 불행을 부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국에 안 좋다”는 등 외교관례를 무시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너무 거칠어서 우리 외교관들이 황당해했다고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연간 교역규모는 1400억 달러, 교류인원은 6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정치·안보적 측면에선 불협화음을 많이 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동맹을 ‘역사의 유물’이라고 폄하(貶下)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방 국가의 주권에 해당하는 동맹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외교적 무례를 저지른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대만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을 요청하는 오만함을 보인 적도 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유엔안보리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이며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 공조(共助)에 동참해야 마땅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리더국가로선 걸맞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이때엔 혈맹인 북한을 도와준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서해 한·미 훈련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명분도 논리도 없다.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태를 일으킨 북한에 대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게 목표다. 또 공해상에선 한국·중국을 포함해 어떤 국가라도 훈련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서해에는 공해(公海)가 없다”는 엉뚱한 논리까지 들먹이며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의 진심이 과연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때가 왔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니 하는 수사에 더 이상 안주해선 안 된다. 자신들의 힘이 충분히 커졌으니 이제는 ‘한국을 멋대로 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닥칠 한반도 대전환의 시기를 감안하면 이것만큼 중요한 외교적 과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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