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기 스모 '기우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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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相撲)가 관중 격감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스모는 매년 여섯 차례에 걸쳐 도쿄·오사카 등 4개 도시에서 15일씩 대회를 갖는다. 지난 7~21일 나고야대회의 경우 첫날만 관중이 들었을 뿐 다음날부터는 관중석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일본스모협회로부터 10%의 수수료를 받고 입장권을 파는 나고야 스모안내소 8곳 가운데 1곳은 판매부진으로 폐업까지 했다.

12년째 계속되는 경기 침체가 관중 감소의 원인(遠因)이라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공무원윤리법은 근인(近因)이다. 이 법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과장보좌 이상 국가공무원이 외부기관·인사로부터 5천엔 이상 접대를 받으면 소속 기관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다.

올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유사규정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엉뚱하게도 스모로 불똥이 튀었다. 건설회사·금융기관 등이 공무원에게 건네온 '스모 최상석 입장권' 선물이 사라진 것이다.실제로 나고야 대회에서도 최상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을 스모협회와 선수들의 무사안일로 꼽고 있다. 전통 스포츠인 스모가 갈수록 프로야구·프로축구 등 현대 스포츠에 밀리는 추세인데도 관중을 붙잡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인 NHK는 거의 모든 스모경기를 중계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시청률은 1993년 21.3%에서 지난해는 8%로 급락했고,올해도 12.2%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유명 선수들은 툭하면 대회에 불참한다. 겉으로는 부상 등이 이유지만 사실은 전적관리 때문인 수가 많다. 한국의 씨름으로 치면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이며, 가장 인기있는 선수이기도 한 다카노하나는 7개 대회에 연속 결장했다. 이번 나고야 대회에서는 사상 최대인 16명이 결장했다. 자연히 경기수준이 낮아지고, 관중은 더욱 외면한다.

마이니치신문은 급기야 22일자에 '스모의 위기'란 제목의 사설을 싣고 "스모협회와 선수들이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일본스모협회는 이날 다카노하나에게 "9월 경기에 나오든지, 아니면 은퇴하든지 결정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도쿄=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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