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씨는 서리 아닌 내정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상(張裳)총리서리가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받기 전 총리직을 수행하는 게 위헌(違憲)이란 주장이 15일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張총리서리로선 아들 국적·재산 문제 등에 이어 법적 지위 논란까지 불거져 더욱 힘겹게 됐다.

◇"총리서리는 위헌"=총리서리 위헌론은 이날 법무부 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최고위원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헌법상 국회 동의를 받아야 정식 총리가 되는 만큼 현재 張총리서리가 총리로서 집무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란 주장을 폈다. 과거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현재 민주당이 같은 주장을 펴 받아들여졌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율사 출신인 강재섭(姜在涉)최고위원도 "내정자일 뿐인데 총리실로 출근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같은 주장은 빠르게 한나라당 당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총리서리'란 명칭도 '총리내정자'로 바뀌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張총리서리의 신임 인사를 거부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총리 대행체제를 요구했다. 헌법 규정대로 국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 전윤철(田允喆)부총리가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더욱이 이번이 인사청문회법이 실시된 뒤 첫 사례란 점도 주목하고 있다. 南대변인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고 헌법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문제 제기는 하고 있지만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국정 공백 초래한다"=한나라당의 주장은 곧 정치권 논란으로 번졌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은 국정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한나라당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도 펄쩍 뛰었다. 이낙연(淵)대변인은 "오래된 관행을 아무런 보완장치 없이 말 한마디로 뜯어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경솔하고 책임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세를 張총리서리 흔들기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張총리서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張총리서리의 아들 국적 문제가 이회창 후보의 손녀 '원정 출산' 논란으로 이어질까봐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원색적으로 반응했다.

자민련 유운영(云永)대변인도 "총리서리에 대한 법적인 논란이 있지만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원내 제1당이 그동안의 관행을 무시하고 직무 정지를 요구한 것은 국정의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래저래 張총리서리 인사청문회는 더욱 호되질 전망이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