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유청 前 의원>교육에 애정쏟은 선비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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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일 83세를 일기로 별세한 유청(靑) 전 의원은 선비 정치인이자 호남을 대표하는 올곧은 교육자였다. 호는 은석(隱石).

이중재(重載) 전 의원은 "은석은 정치인으로서는 누구 못지 않게 강직했지만 인간적으로는 현대적 감각과 교양, 점잖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민주당 신파까지 아우르는 넓은 도량은 모든 정치인들의 귀감이었다"며 애도했다.

고인은 인촌(仁村) 김성수,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 등과 함께 해방 이후 한민당의 주역이었던 호남의 재력가 소천(少川) 유직양(直養)선생의 아들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유직양 선생은 호남의 첫 대학인 명륜대를 전주에 세웠고,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를 정부에 헌납해 전북대의 모체가 되도록 했다.

은석도 서울상대 전신인 경성고상을 졸업한 뒤 교육계에 투신했다. 그는 전주고 교감·교장(42~52년)을 지내면서 이 학교를 호남의 명문으로 만드는 데 공헌했다.

58년 민주당 공천으로 4대 민의원(전주갑)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고인은 5·6·8대 의원을 지내는 동안 줄곧 문공위원으로만 활약하면서 교육문제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그는 윤보선·유진산·고흥문·김영삼씨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구파로 줄곧 활약했지만 정일형·윤제술·김대중씨 등 민주당 신파 인사들과도 우정과 교류를 쌓아 나갔다. 그는 71년 신민당 전당대회의장을 지냈다.

그는 만년에 전주고 총동창회장으로서 모교 기숙사를 짓고 동문 성금 11억원으로 장학재단을 조성했으며, 본관 신축에 나섰다. 전주고 동문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성금을 모아 지난달 16일 교내에 흉상을 세워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고인은 스포츠 육성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대한체육회 이사를 지냈다. 그가 전주고 교장으로 있을 때 이 학교 축구부는 전국대회의 패권을 차지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시절 비서를 지낸 장남 훈근(勳根·62·동해펄프 회장)씨의 부인은 '대머리 총각'을 부른 가수 김상희씨다. 정구영 전 검찰총장은 고인의 사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5일 오전 7시. 02-3410-6915.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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