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야당인 민주당을 이끄는 변호사 마틴 리(李柱銘·56·사진)는 홍콩 반환 전부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골수 야당 인사다. 홍콩 센트럴(中環)지역의 입법원 건물에서 인터뷰에 응한 마틴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홍콩의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홍콩 반환 후 5년을 평가해 달라.
"경제가 엉망이다. 실업률이 너무 높아졌다. 식당주인이나 택시기사들은 장사가 안돼 난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홍콩인들은 '상하이(上海)가 곧 홍콩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체념하는 표정이다. 이제는 홍콩 정부가 중국 기업들에 홍콩인의 채용을 늘려달라고 사정하는 판이다. 5년 만에 상황이 1백80도로 바뀌었다."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홍콩 정부는 베이징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다.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은 베이징이 싫어하는 일은 무엇이든 하지 않으려 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구상한 홍콩의 '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는 성공적이라고 보는지.
"파룬궁(法輪功)시위가 홍콩에서 허용되는 걸 보면 일견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는 진보가 없다. 베이징의 영향력을 허용하는 '홍콩특구 기본법'을 수정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한 사례를 든다면.
"입법원 의원은 일부를 빼곤 베이징이 지명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책임있는 자리는 모두 선거로 뽑았다. 지금은 갈수록 임명직이 늘어가는 추세다."
-홍콩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董장관은 자신과 가까운 재벌들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