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2만원대 호텔 알려달라" 떼써 진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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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월드컵 기간 중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BBB를 통해 언어불편을 해소하는 사례가 계속 BBB홈페이지(ngo.joongang.co.kr)에 오르고 있다.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는 BBB 회원들의 봉사사례 중 재미있는 사례들을 묶어 본다.

○…영어봉사자인 방복갈(45)씨는 지난 16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외국인의 불만섞인 전화를 받았다. "2인1실용 방 네개를 예약했는데 왜 요금은 같은데 한 방은 침대를 주고 다른 방은 침대가 없느냐"는 내용. 그러나 전화를 걸어 온 그 모텔엔 여분의 침대방이 없었다. 방씨는 모텔측을 대신해 "온돌은 한국의 전통적인 주거형태이며 이를 잘 아는 외국인들은 특급호텔에서도 자주 찾는다"는 때아닌 온돌 예찬을 하며 그 외국인을 오랫동안 설득했다.

○…중국어 봉사자인 이래호(40)씨는 2만원대의 호텔을 찾아달라고 고집하는 중국인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씨는 "17일 한 중국인이 중국에서는 인민폐 1백50~2백위안(약 2만3천~3만5천원) 정도면 3성급 호텔이 가능한데 여관은 말도 통하지 않고 위험한 것 같으니 그 정도 가격의 호텔을 알아달라고 떼를 썼다"며 "이해는 되지만 한국의 물가수준이 달라 그런 호텔을 찾아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어쩐지 그 중국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 프랑스인은 지하철이 끊겨 숙소에 못 간다면서 한밤에 도움을 요청했다. 프랑스어 봉사자인 황선영(31·여)씨는 "지난 14일 0시30분쯤 한 시민이 이태원 전철역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프랑스인을 위해 전화를 걸어왔는데 알고보니 그 프랑스인은 그날 오전 9시 비행기로 프랑스로 가야 하는데 전철은 끊겼고 택시비도 없었다"며 "안타깝지만 직접 도와줄 수 없으니 가까운 경찰서에 가 도움을 청하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서 일행을 잃어버린 중국 청년도 BBB로 도움을 받았다. 중국어 봉사자인 김명숙(55·여)씨는 "중국 하얼빈에서 왔다가 한국인 일행을 잃어버린 한 중국 청년을 공항 출국장 앞에 기다리게 해놓고 하얼빈의 그 청년 친구에게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 한국인 일행을 찾아줬다"며 흐뭇해 했다.

○…충남 공주의 고교 프랑스어 교사인 박용주(40)씨는 "지난 15일 학교 수업시간에 BBB 전화가 걸려와 한국산 휴대전화를 프랑스에서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며 "학생들 앞에서 프랑스어로 직접 전화통역을 하면서 BBB 운동의 생생한 봉사활동 현장을 보여줬다"고 으쓱해 했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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