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韓 쌍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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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와 한화갑(韓和甲)대표가 10일 합동으로 정계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후보 당선 직후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화해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을 추진해온 후보는 이날 "지금부터 '신민주대연합'이란 표현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후보측에선 '개혁세력 연합''민주개혁연합'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한 용어의 변경이 아닌, 정계개편의 초점을 이동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보측에선 한나라당의 영남권 의원 대신 수도권·중부권 비주류 의원들을 우선적인 연대대상으로 거론한다.

주목되는 것은 韓대표도 정계개편의 대열에 가세했다는 점이다.

韓대표는 이날 서울지방선거 필승전진대회에서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에 대해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기득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과거처럼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발전 과정에서 국민을 위해 역사적 사명을 가진 정치인이 소신에 따라 모이는 게 새 시대의 정계개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韓대표는 "이런 뜻을 가진 모든 분들을 모으고 선거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정계개편 추진 과정에서 자신의 대표직 포기는 물론 당명 개정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상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후보는 급작스런 궤도 수정의 이유로 "신민주대연합이란 표현이 과거 회귀적인 표현인 데다, 과거 정치세력이 다시 등장한다는 느낌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동안 후보는 "YS의 도움이 필요하다"(지난 3일 경남 진영 방문)는 입장 아래 1차적으로 YS의 지원을 얻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 영입이 좌절된 데다 신민주대연합 구상이 YS의 전면 등장으로 비춰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으로까지 작용하자 서둘러 방향을 선회한 듯하다.

비록 YS와의 연대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계개편의 내용을 '정책'으로 재포장해 지방선거 이전까지 다시 한번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후보의 구상이다.

韓대표의 기득권 포기 발언은 예상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주춤거리는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YS와의 연대에 제동이 걸린 탓에 개혁연합식 정계개편의 파괴력이나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기류가 여전히 당 안팎에 흐르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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