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YS 꽉 붙들기 한나라는 盧-YS 떼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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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YS가 부산시장 문제에)의중만 주신다면 저는 성공 아닌가요?"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시장 공천문제와 관련, 'YS의 의중'을 강조했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추천하는 인사를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후보는 전날 YS와의 회동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 한이헌(韓憲)전 의원, 문재인(文在寅)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고 공개했다.

현재로선 후보의 마음이 朴의원에게 기운 듯하다.

후보 핵심 측근은 YS와의 회동 이후 "후보가 (朴의원을)민주계 중에서도 개혁적인 사람으로, 논리적이며 우수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후보가 급작스레 朴의원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공천했을 경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朴의원을 공천하려면 일단 한나라당 탈당과 민주당 입당이 선행돼야 한다. 이 경우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또 PK(부산-경남)지역의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후보 입장에서는 YS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후보를 택하고 싶을 것이다. 더구나 YS가 대선에서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후보는 YS의 결단 시기와 관련, "충분히 숙고하시고 품위있는 격식을 갖춰 답변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YS에게 최상의 예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후보의 영남권 돌파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YS'임이 확인된 셈이다.

그는 "YS가 지지의사를 확인해줬느냐"는 질문에 "그분이 정치적 결정은 신중하게 하시지 않느냐"면서도 "결국은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대연합' 방식의 정계개편 주장에 대해서도 "YS가 동의하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동서화합론'을 설명했더니 YS가 "그래야지"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같은 후보의 YS구애(求愛)작전에 한나라당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후보가 YS를 비난했던 발언 12선(選)'을 내놓고 사이를 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영삼은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팔았다. 정계에서 은퇴하고 용서를 빌라"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더니 정작 굴에 들어가서는 호랑이 젖이나 빨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등 후보의 과거 발언들이다.

그러나 YS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은 "YS에 대한 패륜행위는 한나라당이 더했다"고 발끈했다.

후보 지지모임인 '노사모' 사이트에서도 후보의 YS 방문을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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