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플레이스테이션2> 한국 공략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2'가 국내에서 공식 발매(2월 22일)된 지 두달이 넘었다. 이 제품은 1994년 등장한 PS1의 두번째 모델로 선명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2백여가지의 진동기능을 이용해 게임상의 충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DVD플레이어로도 활용 가능하다.

PS2는 2000년 3월 첫선을 보인 이래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2천9백만대가 넘게 팔렸다. PS1·2를 합친 판매대수는 1억2천만대가 넘는다. 'X박스'(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큐브'(닌텐도)의 추격을 받고는 있지만 PS의 전세계 가정용 게임기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시장 성과는 기대 못미쳐=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대표 윤여을)가 집계한 국내 판매대수는 약 10만대. 연내 매출 목표가 1백만대이므로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SCEK 마케팅팀 강희원 대리는 "이미 일본에서 PS2를 구입한 매니어들이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돼 기존 시장이 잠식됐고, 신학기에 게임기를 출시한 것은 시기적으로 안 맞았던 데다, 화제가 될 만한 타이틀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 게임시장의 특이성을 꼽는다.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PC용게임·온라인게임·가정용 게임 등으로 나뉘는 게임시장은 전세계적으로는 가정용 게임시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우선 게임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오락실, 컴퓨터를 통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적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게임을 즐기는 층 대부분이 PC게임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작 타이틀 발매 부심=SCEK는 이에 따라 매니어는 물론 일반인들의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화제가 될 만한 소프트웨어의 한글화 및 한국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작 소프트웨어가 나와야 PS2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코''진삼국무쌍''SSX트릭키'등 한글화된 게임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게임이 5월 중순 출시되는 '매닉 게임 걸'이다. 조이캐스트(대표 김형균)라는 국내 업체가 PS용으로는 국내 최초로 제작했다. 휴대형 게임기를 얻게 된 여대생이 게임기를 이용해 힘을 얻고 폭력조직을 무찌른다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역할을 맡아서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갖는 의미는 소니가 지금까지 전세계에 형성해 놓은 거대한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진입하게 됐다는 데 있다. 조이캐스트는 연내 PS2용 소프트웨어인 'WingZ'(가제)도 출시해 본격적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작 타이틀도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4월 18일 발매된 자동차 경주게임 '그란 투리스모 컨셉 2002 도쿄-서울'에는 투스카니·베르나 개조모델 등 현대차 4종이 등장했다. 세계의 유명 컨셉트카(첨단 디자인과 기술력을 미리 선보이는 미래의 자동차)와 신차가 대거 등장하는 이 게임에 한국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5월 말 출시 예정인 '철권4'에서는 한국인 캐릭터 화랑의 대사를 성우 이정구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여름방학을 즈음해 출시될 화제작 '파이널 팬터지X'의 주제가는 가수 이수영이 부르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한글화 작업으로 시장 확장해야=한글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개발이 끝나면 바로 팀이 해체되는 일본의 제작 특성상 한글화 작업을 위해서는 일본에 가서 해체된 팀을 다시 모으고 새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해야 한다. 코코 캡콤의 이상구 본부장은 "최소한 2억원이 넘는 돈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속적인 한글화 작업이야말로 PS가 국내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한 최대 관건임에 틀림없다. PS2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국내에 새로운 게임시장을 창출할 것인지의 여부는 여기에 달려있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