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들이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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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아들들이 검은 돈 스캔들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차남 홍업씨 및 3남 홍걸씨와 관련된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홍걸씨의 경우 무관함을 주장하기 어려울 만큼 의혹 폭로가 구체적이고 관련 인물이 많아 모르쇠하고 손을 놓고 있기엔 사태가 너무 위중하다.

YS정권 말기에 구속됐던 YS의 차남 현철씨의 교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아들들이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런 의혹과 폭로가 줄을 잇고 있는가. 아태재단 부이사장으로서 이용호 게이트 등 여러 의혹의 선상에 있던 홍업씨는 그의 자금을 관리해온 김성환씨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또 '최규선 의혹'에 관련된 홍걸씨는 동서 黃모씨를 통해 돈을 건네받은 듯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사직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규선 의혹의 원천인 체육복표 사업권 선정 비리에 정권 실세가 여럿 연루되고 홍걸씨 역할이 구체적이어서 이젠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

검찰 수사가 한창인 지금 사법처리니,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니 하는 야당의 정치공세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조사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 데 대해서는 야당만 탓할 게 아니라 당사자인 대통령 아들들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진실을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 연구단체 부이사장으로 있는 홍업씨가 권력형 비리설에 휘말리게 됐는지, 미국에 유학 중이라는 홍걸씨는 어떻게 한국 내 이권에 개입했으며 이권 내역과 액수는 어떤지를 말해야 한다. 주변 인물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있었다면 이 또한 명백히 가려야 한다. 청와대가 나설 게 아니라 대통령 아들들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소하고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감수하는 게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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