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그들만의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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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그들만의 잔치-'.

이번 슈퍼리그에서 삼성화재의 전승 우승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처럼 배구판의 기상도를 적절하게 표현한 말도 없을 듯하다.

삼성화재는 이번 슈퍼리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하며 대회 6연패에 성공했으나 씁쓰레해 하는 배구인들이 많다. 팀 자체가 사실상의 대표팀인 까닭이다. 가공할 공격라인인 '월드 스타' 김세진과 '갈색 폭격기' 신진식의 좌우 쌍포, 국내 최고의 세터 최태웅의 자로 잰 듯한 토스, '환상의 센터 듀오' 김상우와 신선호,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 여기에 공·수를 겸비한 석진욱과 장병철이 있다. 게다가 작전의 귀재 신치용 감독이 버티고 있고 소속팀의 지원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삼성 전승 우승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삼성은 창단 첫해인 1995년 김세진에 이어 이듬해 신진식을 영입하고 98년에는 장병철·최태웅·석진욱 등 대졸랭킹 1~3위 선수들을 싹쓸이해 갔다.

이는 스타 선수들의 극심한 쏠림 현상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다른 팀들은 선수 기근에 경기력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팀에 투자하려는 의욕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배구장을 찾는 관중수가 급감했고 이번 슈퍼리그는 유료 관중수를 따지기가 부끄러울 수준이 됐다. 몇 팀 안되는 데다 승부가 뻔한 경기를 보러 갈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신치용 감독이 "연승을 계속하는 것이 이처럼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빨리 다른 팀에 지고 싶다"는 말을 농담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배구협회는 일부 팀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올해까지 드래프트제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엉뚱하게 LG화재가 이경수와 자유계약을 하는 물의까지 빚고 있다. 이선수는 자칫 코트의 미아로 전락할 운명이다. 배구의 인기쇠락은 배구인들의 자업자득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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