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거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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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증시 주변에 버블(거품) 우려가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6개월 연속 오른 주가도 그렇지만 부동산값 급등과 내수 과열 등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버블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거품은 미리 제거해나가지 않으면 결국 한꺼번에 터져 경제를 장기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좋은 예다.

거품경제의 후유증으로 생겨난 부실채권이 10년 이상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를 놓고 거품을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최근의 단기 과속과 거품은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경제, 버블 형성 초입 단계"=메리츠증권은 25일 '한국경제 버블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는 버블 형성의 초기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특히 부동산시장과 내수 소비를 우려했다. 부동산의 경우 최근 국내 자산가격 거품론의 근원지로, 경제회복 속도에 비해 과도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수도 소득·자산과 비교한 부채·소비 규모를 봤을 때 선진국 수준보다 오히려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낸 고유선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현재 버블 판단지표는 0을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하고, "버블형성의 초기단계인 지금 콜금리 인상 등 정책 기조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경제 전반의 버블 우려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부동산의 경우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홍콩 수준까지 오른 것은 걱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증시 버블 우려는 시기상조"=이남우 상무는 "증시의 경우 버블보다는 단기 과속이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6개월간 주가가 1백% 가량 올랐지만, 기업들의 올 순이익이 90% 이상 늘어날 것이란 예측을 감안하면 거품론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도 "단기 과속으로 힘에 부쳐 보일 따름"이라며 "적절한 휴식을 통해 손바뀜이 이뤄지면 더욱 탄탄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이사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콜금리 인상 등 경기속도 조절 노력은 버블을 미리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증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출·순익 동시에 증가하는 기업 주목=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버블 논쟁이 자꾸 불거지는 것은 증시 투자심리에 좋을 것은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돌다리도 두드리는 투자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시세에 편승하기보다는 매출액과 순이익이 동시에 늘어나 기업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성은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 종목으로 삼성전자·SK텔레콤·부산은행·대덕GDS·한라건설·한국제지·풀무원·동아제약 등을 꼽았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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