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을 '디밸류에이션'으로 부시 또 失言… 엔貨 한때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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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일본 도쿄(東京)의 메이지(明治)신궁 방문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교사 출신인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초등학교에 들러 동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부시 실언(失言)소동=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무수익여신·평가절하·규제개혁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표현했다. 이중 '평가절하(devaluation-디밸류에이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잘못 표현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한때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곤두박질치는 소동이 빚어졌다. 주요 외신들도 부시 발언 그대로 '평가절하'라고 보도했다.

부시의 실언 직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백32.60엔대에서 한때 장중 최고인 1백32.80엔까지 올랐다.

놀란 미 백악관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잘못 표현한 것이며, 두 정상이 논의한 것은 평가절하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이었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이후 환율은 다시 진정됐다.

◇'우애' 과시=부시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친구'라고 불렀고, 고이즈미 총리도 "우리는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맞장구쳤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딱딱한 공식만찬을 피하고 간소복 차림으로 도쿄 시내의 선술집(이자카야)에서 정상회담의 뒤풀이를 겸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우의'를 다졌다.

당초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았던 점을 감안, 부시 대통령을 접대할 장소로 도쿄 인근의 유명한 휴양지인 하코네(箱根)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일본의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일본측은 발빠르게 스킨십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선술집으로 초대하는 수완을 발휘했다는 후문.

◇메이지 신궁 방문=부시 대통령은 오전에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메이지 신궁을 방문, 방명록에 서명하고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외국의 국가원수와 함께 신사를 참배할 경우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동반 참배를 단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 내외는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신궁 경내에서 열린 기마 활쏘기 시범인 '야부사메(流鏑馬)'를 관람했다. 그는 동행한 백악관 기자들에게 "내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신들을 겨누지는 않았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방문=로라 여사는 18일 도쿄 중심가의 공립 아카시 초등학교를 찾아 2학년 아이들에게 '호기심 많은 조지'라는 우화를 들려줬다.

로라 여사는 25명의 학급 아이들에게 통역을 통해 10분 가량 동화를 구연하면서 "조지는 원숭이"라고 소개했는데, 동행한 일본 왕실의 히사코 공주는 "동화에 나오는 영리한 원숭이의 이름이 미국 대통령(조지 W 부시)의 이름과 같다"고 조크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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