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국제신용평가사 규제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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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 최고의 재무장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해 10월 크리스틴 라가르드(54·사진)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붙여준 말이다. 4일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그는 G8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다.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그의 삶도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영문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과 미국을 옮겨 다녔다. 17세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혼자 네 자매를 키운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싱크로나이즈드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한 것도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는 파리 정치대학과 파리 10대학에서 정치학·법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노동법을 공부했다.

프랑스로 돌아와 국립행정학교(ENA)에 입학하려 했지만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공무원이 되는 길을 포기하고 미국의 로펌인 베이컨앤드매킨지의 파리지사에 변호사로 취직했다.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으로 일한 결과 이 회사 최초의 여성 임원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다. 정치에 입문한 건 200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무역장관으로 그를 전격 발탁하면서다. 그는 장관 시절 투자 유치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이런 활약상이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지금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그러다 2007년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는 대통령의 오른팔로 부상했다.

그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국가리스크 평가 방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은행세는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유용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원칙들이 부산 회의에서 논의되고 연말까지 세부 사항을 합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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