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곡가들] 박근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기존 가요의 일반적인 멜로디 전개 스타일이나 편곡 스타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시도가 호소력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god의 '길'과 함께 올 겨울 최고 히트곡으로 꼽히는 그룹 타샤니 출신 여가수 t(윤미래)의 솔로 데뷔 곡 '시간이 흐른 뒤'를 만든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박근태씨는 '시간이…'의 인기 비결을 절제된 멜로디와 여백있는 편곡에서 찾았다.

지난 9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한국 여가수들이 부르는 리듬 앤드 블루스(R&B)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애드리브를 최대한 줄이고, t 고유의 음색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스물여덟살. 대학 재학 중이던 1992년 김정민 1집에 '지난날의 그대로'를 수록하면서 데뷔했고 94년 룰라가 발표한 '1백일째 만남'이 크게 히트해 인기 작곡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찍 작곡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경력이 오래 된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중학교 시절 작은형 등과 함께 학교 밴드를 만들어 연주했고요. 고등학교 다니던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 등 전자 장비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미디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DJ DOC의 '나의 성공담', 소찬휘의 '헤어지는 기회', 젝스 키스의 '폼생폼사', 쿨의 '송인', 타샤니의 '경고'등이 그가 만든 노래다. 지난해 t 외에 3인조 여성 신인 그룹 투야에게 '봐''가'등의 노래를 줬고, 요즘 t와 인기 정상을 다투고 있는 샵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도 그의 곡이다.

"작곡은 내 안에 내재된 감성을 끄집어내야 하는 작업이죠. 그게 잘 안될 땐 몇달 동안 한곡도 못 만들기도 해요. 2000년에는 6개월 동안 한 곡도 못 썼고…. 그럴 땐 여행을 주로 갑니다."

작곡가로서 박씨의 가장 큰 장점은 '가지치기식 작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곡이 히트하면 비슷비슷한 멜로디와 편곡, 분위기의 노래를 이 가수 저 가수에게 주는 상당수 유명 작곡가들의 작업 방식을 철저히 지양하고, 각 곡과 앨범마다 고유한 색깔을 넣기 위해 애를 쓰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3월에 출시할 예정인 t의 일본 진출용 힙합 앨범을 일본 유명 그룹 엠플로 및 지브라와 함께 만들고 있다. 박효신.코요테의 신곡도 제작 중인 그는 "프로듀서로서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새해 계획을 밝혔다.

글=최재희.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