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대입지도 '베테랑' 정을수·박만제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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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베테랑 진학지도 교사''입시 해설가''입시 전문가'.

정을수(鄭乙秀.55.혜광고).박만제(朴萬濟.47.용인고)두 교사의 이름 앞에는 이같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이들은 대학입시를 앞둔 부산의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보물'같은 존재이다.

입시철이 되면 난무하는 각종 진학자료와 정보 속에서 이들은 20년 넘게 고3 학생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학지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학지도 방법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鄭 교사는 적성.성격을 중시하는 진학지도를 한다. "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점수보다는 장래를 고려해 적성과 성격에 맞는 학교를 골라야 합니다."

따라서 鄭 교사는 "몇점이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싫어한다.

朴 교사는 점수에 맞춰 진학지도를 한다. "적성과 특기는 차별화가 안됩니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 적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朴 교사는 "점수에 우선 순위를 두고 대학 학과를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두 사람의 이같은 차이는 입시 설명회에서도 다른 색깔로 나타난다.

鄭 교사는 오랜 교사 경험과 노련함을 무기로 진로지도에 무게를 두고 설명회를 이끌어간다. 특히 학생들의 장래 희망과 포부, 꿈을 심어주는 내용을 위주로 설명회를 진행해 인기를 끌고있다.

朴 교사는 점수를 강조하는 만큼 입시 관련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설명회를 주도한다. 통계에 능해 현실 감각과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두 사람은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입시의 산증인'이다. 윤리 과목을 맡고 있는 鄭 교사는 교사 생활 29년 중 26년 동안 3학년을 지도했다. 입시정보를 수집.분석해 학생.학부모에게 해설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진학지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가 진학지도 교사로 있는 동안 입시제도가 크게는 14차례, 작게는 35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입시전문기관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서울 중심의 시각입니다. 부산.경남 수험생의 80~90%가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문제가 많습니다."

그는 지역 중심의 진학정보를 주기 위해 학부모들이 찾으면 학교수업을 조정해서라도 달려간다. 요즘은 사이버 상담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국어 담당인 朴 교사는 25년 경력 중 22년째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기쁨과 재미에 진학지도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사설 입시기관이 빠뜨리기 쉬운 학교현장 중심의 입시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경쟁을 하면서도 1998년 부산지역 80개 인문고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이 회원인 '부산진학지도협의회'를 함께 만들었다.

鄭교사는 회장, 朴교사는 총무를 맡고 있다. 부산진학지도협의회가 지난해 기획.출판한 '자기소개서.수학계획서.심층면접-대비와 실제문'은 전국 수험생들과 진학지도 교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올해에는 공동으로 '입시백과사전'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 책은 영역별학습법.추천서작성법.면접방법.건강지키기법 등 대학입시의 전과정을 망라한 책"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관종 기자.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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